[김용준 프로의 유구무언] 맞히는 게 아니라 휘둘러서 공이 '맞을 자리' 놔야 정타

입력 2016-12-18 18:47  

(10) 볼, 어디에 놓나 (상)


볼, 어디에 놓을 것인가. 상급자가 되려면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맞을 자리’에 놔야 한다. 맞히는 것이 아니라 클럽 헤드가 지나갈 길에 놔 맞아서 날아가게 한다는 말이다. 고개를 끄덕인다면 땀을 제법 많이 흘린 골퍼다.

평평한 자리에서 7번 아이언샷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볼을 가운데(무게중심에) 놓으면 어떻게 될까. 다운스윙 때 무게중심은 셋업 때보다 더 왼쪽까지 이동한다. 클럽 헤드는 내려오면서 새로 옮겨진 무게중심에서 최저점에 이른다. 물론 그 전에 볼을 맞힌다. 그리고 잔디를 판다. 다운블로다.

볼을 두어 개쯤 왼쪽에 놓고 같은 스윙을 하면 어떻게 될까. 볼과 만나기 전에 헤드가 최저점에 다다른다. 땅을 먼저 치고 볼에 맞는다. 여지없는 뒤땅(더프·duff)이다. 물론 왼쪽에 놓고도 볼을 먼저 칠 방법이 있긴 하다. 다운스윙 때 체중을 왼쪽으로 훨씬 더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간 유연한 골퍼가 아니면 어렵다. 다른 방법도 있다. 헤드를 땅에 닿지 않고 볼 있는 곳까지 완만하게 흐르게 하는 것이다. 즉, 쓸어치는 것이다. 중급자만 돼도 알다시피 쓸어치면 스핀이 덜 걸린다. 상급자 중에 이렇게 치는 사람은 드물다.

가운데보다 볼 한두 개 오른쪽에 두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헤드가 충분히 내려오지도 못한 상황에서 볼을 맞히게 된다. 볼의 3시 지점(볼의 맨 위쪽을 12시라고 가정)보다 위쪽에 맞는다는 얘기다. 가파른 스윙을 하면 볼은 낮게 날아간다. 딱 소리를 내면서. 그린에 볼을 세울 수가 없다. 쓸어치는 스윙을 하면 토핑이 나오기 십상이다. 물론 우측에 놓고도 볼을 맞히는 방법은 있다. 체중을 뒤로 옮겼다가 다시 앞으로 오지 않거나 조금만 오면서 샷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체중 이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원하는 힘을 얻기는 힘들다.

좌우 못지않게 볼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설 것인가도 중요하다.

볼을 몸 가까이 놓을수록 업라이트한 스윙을 할 수 있다. 제대로 스윙하면 백스핀을 많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한다. 볼을 너무 몸 가까이 두다 보니 몸과 볼 사이에 클럽이 지나갈 공간이 없을 수도 있다. 기량이 뛰어나다면 다운스윙 때 몸과 클럽(근본적으로는 팔) 사이에 공간을 둔다. 골반을 턴해서 말이다. 아직 이런 스윙을 익히지 못했다면 볼에서 조금 멀리 떨어지는 것이 낫다.

볼을 너무 멀리 둬도 문제다. 멀리 두면 스윙 아크가 커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 멀면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하루쯤은 연습장에서 볼을 놓고 클럽별로 적당한 좌우원근(左右遠近)을 찾아보기 바란다. 이때 가장 큰 원칙은 휘두르면 맞을 자리에 볼을 놓는 것이다. 스윙까지 바꿀 계획이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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