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심기 기자 ] 러시아 증시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고 있다. 중국이 자본 유출과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고전하는 등 다른 신흥국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강달러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4일 기준으로 직전 한 주간 러시아 주식펀드에 4억5100만달러의 투자금이 유입됐다고 시장조사기관인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 자료를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11년 1분기 이후 주간 기준 최대 규모다.
FT는 대표적 러시아 투자펀드인 ‘밴에크 벡토스 러시아 ETF’의 최근 3주간 자금 규모가 33% 증가한 2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아이셰어 MSCI 러시아 ETF 규모는 4억3800만달러로 16% 불어났으며, JP모간의 러시아펀드 규모도 9% 증가했다.
EPFR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 신흥국 주식펀드에 유입된 투자금은 10억달러로 최근 7주래 최대를 기록했지만 국가별로는 큰 편차를 보였다. 브라질이 0.3% 감소하고, 중국은 변동이 없었던 데 비해 러시아는 4.4% 증가했다. 인도는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러시아로 유입된 투자금 규모는 브릭스 국가 중 가장 크다고 FT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로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로 국제 유가 상승과 미·러관계 개선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회장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증시의 RTS지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달 9일 이후 16% 상승한 1135(16일 종가 기준)를 기록하며 신흥국시장 중 나 홀로 강세를 이어갔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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