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사 회사채 발행 차질
단기국채 입찰도 미달
[ 베이징=김동윤 기자 ]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중국 채권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린 뒤 중국 내 채권금리가 동반 급등하자 회사채 발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국 채권시장이 급랭 조짐을 보이자 회사채 발행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중국중앙청산결제소 집계에 따르면 Fed가 기준금리를 올린 14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채권시장에서 20개 기업이 채권 발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이들 기업이 발행하려던 채권 규모는 총 180억위안(약 3조760억원)이었다. 중국 산둥성의 철강업체 산둥강철은 당초 20억위안의 단기 회사채를 찍을 계획이었지만 취소했고, 중국염업총공사는 10억위안어치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회사채 발행을 취소한 기업들이 내세운 이유는 모두 ‘시장불안’이었다. 앞서 중국 증권감독당국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15일 국채선물시장에서 국채선물가격이 급락(국채금리 급등)하자 사상 처음으로 일시적 거래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후 인민은행이 15, 16일 이틀 연속 자금시장에 총 5468억위안(약 9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채권시장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시장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중국 재정부는 120억위안 규모의 3개월 만기 국채와 100억위안 규모의 6개월 만기 국채에 대한 입찰을 했는데, 두 채권 모두 미달했다. SCMP는 “중국의 국채 입찰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은 2008년 90.2%에서 지난해 말 148.7%로 상승했다. 미국(71%) 일본(101%) 유로존(103%)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 기업들의 자금 압박은 가중되고, 이는 결국 실물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Fed가 내년에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임을 시사함에 따라 그동안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기업들이 적잖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퉁증권도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거품 진정과 부채 급증 억제를 위해 내년에는 올해보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할 것임을 내비쳤다”며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내년에도 채권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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