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파크원 개발자금 확보

입력 2016-12-19 20:16   수정 2016-12-20 10:34

2조1000억 조달…6년 표류 끝 내년 1월 착공

NH "56층 한 동 통째 사겠다"…망설이던 기관 투자 이끌어내



[ 좌동욱 / 김대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19일 오후 4시15분

NH투자증권이 서울 여의도 중심가에 들어설 초대형 복합시설인 파크원(Parc1) 개발사업 자금 2조1000억원을 확보했다. 국내 증권회사가 주도하는 부동산 개발사업 중 최대 규모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파크원 사업 금융 주선사인 NH투자증권은 이날 시행사인 Y22프로젝트금융투자와 파크원 자금 조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비 2조6000억원 중 5000억원은 시행사가 자본금으로 분담하고 나머지 2조1000억원의 대출금은 대주단을 대표하는 NH투자증권이 조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 보험회사, 저축은행, 캐피털 등 34개 국내 금융회사가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 및 책임임차(3년) 조건으로 내년 1월 중순 착공할 예정이다.

파크원 사업은 통일교 재단이 소유한 여의도의 주차장 터(4만6000㎡)를 99년간 빌려 지상 72층, 56층 오피스 빌딩 두 동과 호텔, 복합쇼핑몰 등을 짓는 초대형 개발사업이다. 2007년 착공했지만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 간 소송이 불거지면서 중단된 이후 약 6년 만에 사업이 재개된다.

파크원 사업은 그동안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개발사업으로 여겨졌다. 여의도에 빌딩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토지 소유주가 종교 단체(통일교 재단)라는 점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큰 부담이었다. 2014년 8월 대법원에서 시행사가 통일교 재단에 최종 승소한 이후 메리츠종금증권, 한국투자증권, 국민은행 등 내로라하는 국내 금융회사가 자금 조달에 나섰다가 쓴맛을 보고 물러난 이유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종교적인 이슈로 파크원 프로젝트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이 협상에 뛰어든 시점은 이미 아시아 대표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시행사 및 통일교 재단 측과 구체적인 투자 조건 및 가격을 조율하던 때였다. NH투자증권은 “토종 자본을 끌어모아 국내 대표 랜드마크 빌딩을 인수하겠다”며 시행사 측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이 내건 승부수는 7000억원에 달하는 56층 오피스 빌딩 한 동을 통째로 인수하겠다는 ‘매입 확약’ 제안이었다. 빌딩 매각이 무산되면 생길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낮춰주는 조건이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부사장)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총액 인수 개념으로 과감하게 투자한 뒤 이를 다시 기관투자가에 셀다운(재판매)하는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의 투자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를 계기로 국내 부동산 금융의 중심축이 인수합병(M&A)과 자본 확충 등으로 덩치를 키운 증권업계로 서서히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만 하더라도 최근 한화투자증권이 총 1조3500억원 규모의 서울 역삼동 벨레상스호텔(옛 르네상스호텔) 금융 주선을 완료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안양 평촌신도시에 있는 복합쇼핑센터 평촌 지스퀘어를 총액 인수 방식으로 8341억원에 사들였다.

좌동욱/김대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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