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씨에 이렇게 오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최근 캐나다방송 CBC는 캐나다 밴쿠버항에 억류돼 있는 한진해운 선원들의 처지를 이렇게 알렸다. 외국 해운노조들이 한진해운 선원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의류 음식 DVD 등 구호물품을 전달했다는 보도였다. 순간 ‘아뿔싸’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지난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발생한 물류대란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당시 물류대란으로 가압류된 한진해운 선박의 선원들은 여전히 배에 갇혀 지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7일 밴쿠버항만에서 한진 비엔나호를 끝으로 총 141척의 한진해운 선박 화물 하역을 모두 끝냈다며 ‘물류대란이 종결됐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만 보면 모든 문제가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억류된 선원들의 문제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모두 수습됐다는 식의 발표는 너무 빨랐다. 선박이 가압류되면 압류지의 항만국 통제에 따라 선박 유지를 위한 최소 인원(6~12명)이 의무적으로 배에 남아서 생활해야 한다.
밴쿠버항 인근 해상에 억류돼 있는 한진스칼릿호에는 한국인 6명, 외국인 10명이 타고 있다. 싱가포르에 억류된 한진로마호에는 한국인 8명, 외국인 10명이 승선 중이다. 한진스칼릿호는 조만간 반선될 예정이지만 한진로마호는 아직 반선 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아 언제 배에서 내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물론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수부 측은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는 향방이 정해질 것”이라며 “장기간 표류하는 선원들을 위해 15일을 주기로 생필품을 보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적어도 선원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류대란이 해소됐다는 식의 발표는 성급했다.
CBC는 해운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진해운 선원들은 따뜻한 옷부터가 문제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때 국적 1위, 세계 7위 선사의 선원들이 구호대상으로 전락한 사실이 안타깝다.
정지은 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