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문관에 내정
트럼프와 '환상의 콤비'
[ 이상은 기자 ]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80·사진)이 차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규제개혁을 직접 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21일(현지시간) 아이칸을 규제개혁 부문의 특별 자문관으로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아이칸이 “뛰어난 협상가일 뿐만 아니라 금융·경제분야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아이칸은 즉각 “특별 자문관으로 일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 기업인들은 새로운 규제로 1조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봤고, 7500억시간 동안 서류작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강력한 규제 완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지나친 규제 기관들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유회사와 관련 있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규제 완화에 관해 트럼프와 아이칸은 ‘환상의 짝꿍’이다. 두 사람은 미국 기업들이 오바마 행정부 아래서 지나치게 규제를 받았다고 본다. 아이칸은 “관료들이 만든 말도 안 되는 규제 때문에 이 나라의 수많은 비즈니스가 훼손돼선 안 된다는 것을 트럼프는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또 “나는 트럼프가 가자고 하는 곳에 갈 것”이라며 “그는 내 관점을 존중하고 내 말을 경청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별 자문관은 연방정부 등에 소속되는 공식 직함이 아니다. 아이칸은 개인적으로 차기 대통령에게 조언할 따름이다. 따라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며, 아이칸은 자신의 사업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랫동안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 역할을 해 온 아이칸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금융 관련 요직에 자기 사람들을 속속 앉히고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과 로스차일드 출신인 윌버 로스를 각각 재무장관·상무장관에 쓰자고 제안한 것도 아이칸이다. 아이칸이 하자는 대로 트럼프가 따르고 있다.
아이칸은 행동주의 투자자로서 지난 40여년간 재벌들과 경영권 등을 놓고 다툼을 벌여 왔다. 아웃사이더로서 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보유 주식을 더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그린메일’ 등으로 악명을 떨쳤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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