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창업이 희망이다] "그게 되겠어?" 남들이 고개 저을 때 그들은 도전했다

입력 2016-12-25 17:15  

산업지형도 바꾸는 혁신 스타트업

현장에서 - 스타트업 7년 취재해보니

시장 작아서·규제 때문에…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안 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기업하는 이유는
자신이 문제 해결하겠다는 도전의식 있었기 때문

임원기 IT과학부 기자 wonkis@hankyung.com



[ 임원기 기자 ] 2014년 치과 의사를 그만두고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아이디어를 구상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를 처음 만났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2011년 초 ‘배달의민족’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만났을 때 식당 등 업소들의 수많은 전단을 스마트폰으로 옮겨놓겠다는 발상은 그럴싸했지만 ‘시장이 있을까’란 의구심이 더 컸다.

몇 년이 흐른 지금, 토스와 배달의민족 모두 엄청나게 성장했다. 토스는 불과 2년여 만에 월 거래액(송금액)이 5000억원에 이르는 서비스로 성장했고, 배달의 민족은 주문금액 2조원에 달하는 대형 서비스가 됐다. 하지만 이들은 이처럼 ‘불가능하다’는 평과 ‘그게 되겠어’라는 비아냥 속에서 출발했다.

이들의 창업스토리를 처음 접하면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창업해 대박을 터뜨린’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신화와 전설 같은 이야기는 벤처업계에 수두룩하다. 지난해 ‘김기사’ 앱을 카카오에 매각한 록앤올의 박종환 대표 등 창업 멤버 세 사람도 그렇다. 이들은 15년 전 처음 내비게이션업계에 뛰어들었고 15년 내내 ‘대기업하고 경쟁해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결국 대기업이 두려워하는 내비게이션 앱을 내놓았고 1500만명이나 되는 사용자를 모았다.

이들이 이룬 성취가 주목받는 이유는 회사 매각을 통해 대박을 내거나 엄청난 매출이 일어나고, 국민서비스가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길을 마다하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손사래를 치는 영역에 도전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세상엔 안 될 이유가 항상 차고 넘친다. 규제 때문에, 대기업과의 경쟁 때문에, 시장이 작아서 등 성공 가능성은 낮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기란 너무나도 쉽다. 그럼에도 이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그것을 자신이 해결하고 싶다는 도전의식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시도하지 않았다면 변화가 가능했을까. 송금 서비스가 지금처럼 편해졌을까. 송금서비스를 바꾸지 않아도 예대마진으로 편안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은행들이 과연 송금 서비스 개편에 나섰을까. 음식 주문을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간편하게 하고 다양한 맛집 요리를 집에서 해먹는 일이 가능했을까. 자영업자들에게 기대하기엔 큰일이고, 대기업은 미처 생각지 못하는 일이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기업생멸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이후 기업의 5년간 생존율은 27.3%로 전년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10개 기업 가운데 7개 업체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누군가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영역에 뜻을 품고 뛰어들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정신이다. 이것이 기업가정신의 요체이기도 하다. 한국의 산업화 역사에서 전설로 기억되는 이병철·정주영 회장의 도전의식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도 창업이 희망이다’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것은 이런 취지에서다. 세상을 바꾼 대기업들도 처음엔 모두 스타트업이었다. 2010년 이후 6년간 스타트업들을 취재하면서 이를 자주 느끼게 된다. 국내 각 분야에서 대표가 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창업 5년 안팎의 6개 스타트업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들 역시 성장하고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 혁신에 도전하고 있는 창업가들 중 일부일 뿐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업가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임원기 IT과학부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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