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회사채 '빙하기' 온다…거래량 8년 만에 최악…내년 100조 깨질 듯

입력 2016-12-25 18:16  

미국 금리인상 예고로 시장 더 냉각될 듯

기업 자금조달 악화 전망



[ 하헌형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25일 오후 4시30분

올해 국내 회사채 발행량과 유통시장 거래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이 활력을 잃으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 투자활동이 더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회사채는 113조3705억원(액면가 기준)어치로 작년보다 3.6%(4조2494억원어치) 감소했다. 58조3334억원어치가 거래된 2008년 후 최저다. 한 대형 증권회사 채권운용부장은 “연말 결산에 들어간 기관투자가가 많아 증시 폐장일인 오는 29일까지도 거래량이 작년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 회사채 거래량은 2012년 187조1038억원어치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매년 급감했다. 내년에는 거래량이 100조원 밑으로 떨어지는 ‘거래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올해 신규 회사채 발행액도 2008년 후 처음 4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회사채 거래량 감소는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전략실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국채보다 회사채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투자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회사채(신용등급 AA-·만기 3년)와 국고채 간 유통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지난 23일 0.512%포인트로 금리 상승세가 시작된 지난 9월 초보다 0.2%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기업으로선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회사채를 사줄 기관을 찾기도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회사채 거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올해 신규 회사채 발행 규모도 줄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40조원대가 깨졌다.

25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신규 발행된 회사채(사모 제외) 규모는 33조6419억원어치다. 작년 43조3145억원어치보다 22.3%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에는 회사채 거래량이 100조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거래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5일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내년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시작될 내년 2분기 이후 회사채 스프레드는 올해보다 더 벌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 경색이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뜩이나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에 빠진 기업이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이유로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고 보수적인 재무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 조선 항공 등 시장 신인도가 취약한 업종 기업에는 ‘재앙’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전략실장은 “이들 업종 중 일부는 벌어들인 이익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자칫하면 내년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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