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수수색 검토" 공개 압박
26일 배임 혐의 홍완선 소환
기업 총수 소환은 내년으로
조여옥 대위 출금 가능성 시사
우병우 수사도 본격 착수
[ 고윤상 / 배정철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주말 사이 최순실 씨를 비롯해 국정 농단 게이트의 핵심 인물을 줄줄이 소환 조사한 뒤 공개적으로 청와대 압수수색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주에 최씨 딸인 정유라 씨에 대한 ‘적색수배’도 요청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최씨를 압박해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세월호 7시간’ 등 핵심 쟁점들을 밝혀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와 최순실 동시 압박
이규철 특검보는 2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압수수색을 위한 영장 발부 시점을 말하긴 어렵지만 영장 집행을 위해선 공개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법리적으로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군사상 보안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해온 청와대를 압박하는 메시지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특검은 국정 농단의 장본인인 최씨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일 계획이다. 특검은 최씨를 지난 24일 처음으로 소환해 9시간 조사했다. 앞서 정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기로 했다. 인터폴 적색수배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국제 수배다. 최씨의 ‘아킬레스건’인 정씨를 건드려 최씨로 하여금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만들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최씨가 입을 열고,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이뤄지면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급진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검은 주말 사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핵심인물도 불러 조사했다. 이 특검보는 “정 전 비서관이 알고 있거나 혹시 추가로 다른 범죄에 개입돼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의혹이 다수 있다”며 “그런 부분도 이번에 추가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뇌물죄 규명을 위해 24일에 이어 이틀 연속 소환했다.
◆기업 총수들 2주째 발 묶여
특검은 26일 오전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소환할 계획이다. 지난 21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청와대 지시를 받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는지가 핵심 규명 과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 소환은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특검은 18일 총수들에 대한 출국금지를 내린 바 있다. 연내 소환이 불투명해진 터라 총수들은 최소한 2주째 발이 묶인다.
특검은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수사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24일 오전 청와대 간호장교였던 조여옥 대위를 비공개로 소환했다. 이 특검보는 “청와대 근무 당시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며 “필요하면 출국금지하고 재소환하겠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에도 본격 착수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세월호 사건 수사 때 해경 서버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한 혐의와 관련해 당시 검찰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고윤상/배정철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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