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테일러 준칙' 재조명…금리인상 빨라질 수 있다

입력 2016-12-25 19:20  

"미국 금리 얼마나 올릴까 ?"
'테일러 준칙' 다시 관심 끌어

트럼프, 재정확대 효과 위해
옐런 '재량정책' 폐기할 듯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각국 중앙은행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변곡점은 8년 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다. 사상 초유의 사태라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QE),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마이너스 금리 등과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위기 극복과 경기부양을 모색했다.

중앙은행 목표도 전통적인 ‘물가안정’에 ‘고용창출’이 추가됐고, 금리 변경 역시 ‘준칙(존 테일러)’보다 ‘제한적 재량정책(벤 버냉키·재닛 옐런)’으로 변경됐다. 금융감독권은 ‘빅 브러더’로 중앙은행에 집중시켰고, 통화정책 관할 대상도 실물경제만 고려(그린스펀 독트린)하던 것을 자산시장까지 확대(버냉키 독트린)했다.

지난 8년간 지속돼온 저금리 국면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선두 격인 미국 중앙은행(Fed)은 2014년 10월 양적완화를 마무리하고 지난해 이후 두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나가는 ‘소프트 테이퍼링’을 추진할 방침을 확정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나간다면 최대 관심이 가는 것은 ‘과연 얼마나 올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옐런 Fed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 2월 이후 차기 Fed 의장으로 거론되는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창안한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 오랜만에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테일러 준칙은 적정금리를 측정하는 방법 중 하나다. 엄격히 따지면 사전에 적정금리를 추정하는 방법이기보다 사후적인 검증지표다. 이 준칙은 성장과 물가가 당초 목표 수준과 차이가 나면 통화당국이 그동안 정책금리를 어떻게 조정해왔으며 그것이 과연 적절한 수준이었나 검증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돼왔다.

산출 공식은 실질 균형금리에 평가 기간 인플레이션율을 더한다. 여기에 평가기간의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 및 성장에 대한 통화당국 정책의지를 나타내는 계량수치)를 곱한다. 그리고 평가기간 경제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뒤 모두 더해 산출한다.

간단하게는 소비자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 현 금리수준의 적정성을 따지기도 한다. 테일러 준칙은 통화정책의 시차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경제성장 목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뒀는지 알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Fed 의장에 테일러 교수를 적임자로 보는 것은 ‘미국의 재건’과 같은 확실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테일러 준칙에 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각국의 정책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금리보다 훨씬 낮아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확장적’이었음을 뒷받침해준다. 금융위기 이후 추진된 금리인하 정책 효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무용론’이 일 정도로 미약해 종전과 같은 부양효과를 얻기 위해선 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경제 여건에 비해 낮은 저금리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됨에 따라 세계 경제는 제자리를 찾지 못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차입 비용이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보다 값싸 보이는 ‘부채-경감 현상’으로 발생한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각국이 엄청난 정책비용을 치르고 있는 점이다.

과도기적 현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내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재정지출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단기적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예상대로 국채로 메운다면 투자자의 과다보유 채권물량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시장금리가 의외로 빨리 올라갈 수 있다.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정책금리도 인상해야 한다.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 나라의 금리 체계가 흐트러져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경기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Fed가 정책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한 것은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인플레이션 목적보다 이런 측면이 더 강하다.

테일러 준칙을 통해 본 각국의 정책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훨씬 낮은 점을 감안할 때 정책금리가 일단 인상 국면에 접어들면 그 속도와 폭은 과거 어느 회복기보다 빠르고 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에서 통화정책 잣대로 테일러 준칙이 다시 중시되면 정책당국과 기업인, 그리고 투자자는 이 점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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