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관련 제품 판매
리모컨으로 쉽게 결제
올해 판매 7000억 돌파
[ 강진규 기자 ]
인기 TV 예능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KBS N 채널에서 시청하다 보면 화면 한쪽이 상품 판매 알림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엘사 드레스’ 등을 판다는 광고가 나온다. 이는 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하는 젊은 부모 등을 겨냥한 것이다.
T커머스 채널 K쇼핑이 운영하는 ‘방송 연동형 커머스’의 모습이다. T커머스는 올 들어 이 같은 새로운 판매방식을 도입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2년 만에 10배 성장
T커머스는 TV와 커머스를 결합한 말이다. 데이터 홈쇼핑으로도 불린다. 방송을 시청하다가 리모컨을 조작해 쉽게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쇼핑방송이다.
2012년 KT의 자회사인 KTH에서 운영하는 K쇼핑이 설립되며 T커머스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2013년 230억원, 2014년 790억원어치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 사업자 수가 10개로 늘면서 시장이 커졌다. 총 상품 판매액은 지난해 2500억원에서 올해 7000억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2년 전에 비해 10배 규모로 시장이 커졌다.
T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판매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K쇼핑은 KBS N과 손잡고 방송 연동형 커머스를 하고 있다. 방송 내용과 관련된 상품의 판매광고를 하는 것이다. 신세계TV쇼핑은 예능프로그램 ‘개밥주는남자’에 나오는 상품을 방송 중에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
◆집집마다 다른 방송 송출
K쇼핑(사진)은 올레tv의 시청자 데이터를 분석해 가구별 맞춤형 방송도 시작했다. 뽀로로 등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 가구는 ‘영유아 가구’, 아침 드라마를 많이 보는 가구는 ‘50대 이상 가구’ 등으로 나눠 시간대별로 다른 방송을 내보낸다. 일반 시청 가구에 생활용품 판매 방송을 하고, 영유아가 있는 가구엔 육아용품을, 50대 이상 가구엔 건강보조식품을 판다.
tvN 등 케이블 방송이 성장한 것도 T커머스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들 케이블 방송이 주로 20번대에 채널을 갖고 있는 T커머스 영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K쇼핑 관계자는 “TV쇼핑은 다른 방송을 시청하다가 채널을 돌릴 때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tvN 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면서 방송을 시청하고 채널을 위아래로 돌리다가 T커머스 방송을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홈쇼핑과 차별화가 관건
한국T커머스협회는 내년 T커머스업체들의 전체 매출이 1조2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와 비교하면 약 71%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성장해도 TV홈쇼핑 전체 매출(15조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T커머스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TV홈쇼핑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T커머스 전체 주문에서 리모컨 결제 비중이 10% 정도로 낮은 것도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시청층인 50~60대 주부가 리모컨 결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TV홈쇼핑과 마찬가지로 전화로 주문한다”며 “T커머스만의 차별화 지점을 내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남재섭 남서울대 교수는 “T커머스 시장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T커머스
TV와 커머스(commerce)가 조합된 단어. 디지털 데이터방송을 시청하다가 리모컨을 조작해 검색, 구매, 결제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방송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TV홈쇼핑과 비슷하지만 생방송을 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상품의 영상을 선택해 시청한 뒤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게 다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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