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 경험 통해 개발
등유 램프보다 2배 밝아
개도국엔 원가로 공급 계획
[ 안재광 기자 ] 대학생 박제환 씨는 2014년 초 인도 여행 중 정전을 처음 경험했다. 시내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카페 불이 모두 나갔다. 당황한 박씨와 달리 현지 사람들은 태연했다. 촛불로 실내를 밝히고 모두 제 할 일을 했다. 이후에도 수차례 정전이 더 있었다. 개발도상국의 정전 문제를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
귀국 후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결심했다. 전기 없이도 어둠을 밝히는 방법을 찾았다. 창업을 하고 대표가 됐다. 약 2년의 노력 끝에 촛불의 열을 에너지로 쓰는 LED(발광다이오드)램프 ‘루미르C’를 내놨다.
◆초에 비해 수십배 밝아
루미르C는 호리병 모양이다. 디자인 좋은 조명 같다는 느낌을 준다. 전기가 아니라 촛불로 작동하는 게 일반 조명과 다르다. 램프 아랫부분에는 키가 작은 초를 넣게 돼 있다. 초에 불을 붙이고 1~2분이 지나면 램프 상단의 LED 조명이 켜진다. 촛불보다 수십배 밝다.
촛불만으로 작동이 가능한 것은 ‘제베크 효과’ 때문이다. 성질이 다른 두 종류의 반도체에 온도차가 생기면 전류가 발생하는 원리다. 촛불과 닿는 면의 반도체는 뜨겁게, 반대쪽 면의 반도체는 차갑게 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박 대표는 “촛불이 흔들리면 열에너지에 변화가 생기고 이 때문에 LED도 깜박인다”며 “이를 안정화하는 특허 기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램프는 두 종류다. 은은하게 빛이 들어오는 ‘무드 램프’는 밝기가 약 15루멘이다. 캄캄한 곳에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기는 어렵다. 이를 보완한 게 ‘스팟 램프’다. 한곳에 빛을 집중시켜 밝기를 60루멘까지 끌어올렸다. 스탠드로 쓰기에도 무리가 없다.
◆등유 LED램프도 내놔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4학년인 박 대표는 원래 사업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개발한 제품이 큰 호평을 받자 생각이 바뀌었다.
인도 여행 직후 수강한 전공 수업이 시작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과제였다. 평상시 전기를 모았다 정전이 발생하면 전기를 쓸 수 있게 한 ‘정전소켓’을 개발했다. 그는 이 수업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300만원을 상금으로 받았다.
이 돈으로 제품만 달랑 들고 LED 국제엑스포에 나갔다. KOTRA를 통해 소개받은 해외 바이어 몇 명이 구입 의사를 밝혔다. 자신감이 생겼다. 이후 창업 대회에 계속 나갔다. 그는 “지난 2년간 12개 창업 대회에 출전해 대상만 아홉 번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받은 해외여행 기회를 통해 제품 콘셉트를 다시 정했다. 여러 번 가 본 개발도상국에는 전기가 아예 없는 지역이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초부터 전기 없이 불을 밝힐 수 있게 제품을 수정했다.
루미르C를 만든 뒤 올초 미국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제품을 올렸다. 여기서 ‘대박’이 터졌다. 1억6000만원어치의 선구매가 이뤄졌다.
박 대표는 등유로 작동하는 ‘루미르K’ 버전도 최근 내놨다. 루미르C보다 가격은 낮추고 밝기는 높인 제품이다. 일반 등유 램프와 비교해 밝기가 두 배 이상인데 연료비는 80%가량 절감된다.
루미르K는 마진 없이 원가만 받고 개도국에 판매할 계획이다. 그는 “상위 1%가 아니라 99%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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