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대가리라고?…의사소통 위한 울음소리만 24개"

입력 2016-12-25 20:02  

꼬끼오, 정유년…닭에 대한 편견과 오해

지능은 최소 네 살…모성애도 있어
새벽마다 우는 이유?…뇌가 빛 감지

게놈 크기는 사람의 3분의 1 수준
50년에 두 개씩 변이 발생…진화속도 ↑



[ 박근태 기자 ]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다. 12간지 중 유일한 조류인 닭은 새벽을 알리며 귀신을 쫓는 ‘영물’로 알려져 왔다. 오늘날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에 ‘치맥(치킨과 맥주)’이 오를 만큼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이다.

◆2000년 전 한반도 정착

과학자들에 따르면 닭과 사람은 약 3억1000만년 전 공통 조상인 파충류에서 갈라졌다. 사람과 쥐가 약 6500만년 전에 갈라진 것과 비교하면 훨씬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닭이 언제 처음 가축이 됐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발견된 닭 뼈 유전체를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면 아프리카에서 홍해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것으로 추정하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는 약 6000~8000년 전 들닭을 가축화했다는 설도 있다. 한반도에 처음 닭이 전래한 경로 역시 명확지 않다. 다만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는 점을 보면 2000년 전부터 가축으로 기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닭이 새벽마다 우는 이유는 뇌가 직접 빛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조류의 뇌 속 송과체는 간뇌 위쪽에 있는 내분비기관인데 하루나 1년 단위로 작동하는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보다 훨씬 빛에 민감한 생활 주기를 갖게 된다는 해석이다.


◆멍청하고 공감 능력 떨어진다는 건 오해

인간과 오랜 관계를 맺다 보니 닭을 둘러싼 오해도 많다. 흔히 머리가 아둔한 이를 비하해 ‘닭대가리’라는 말로 빗대기도 한다. 오늘날 인간과 닭의 지적 능력을 가른 건 겨우 신경세포 분화를 조절하는 PTBP1이라는 하나의 단백질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닭의 지능이 저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닭은 의사소통을 위해 최소한 24개의 서로 다른 울음소리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포식자가 접근할 때나 먹이를 발견했을 때 다른 소리를 낸다. 자신의 암컷을 부를 때 내는 소리도 다르다. 암탉의 지능이 최소한 네 살짜리 꼬마 수준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에선 닭이 경쟁적으로 모이를 쪼는 모습만 보고 모성애가 없다거나 동료애가 없다고 묘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암탉이 자신이 낳은 병아리가 겪는 고통을 똑같이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병아리들이 스트레스를 받도록 바람을 불어넣자 이를 본 암탉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눈 온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가장 빠르게 진화

국립축산과학원은 15년간 연구를 거쳐 2008년부터 고기 맛도 뛰어나고 달걀도 잘 낳는 ‘우리맛닭’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강한 유전자 변형(GM) 닭을 만들기도 했다. 항암제 성분이 들어 있는 달걀을 낳는 GM 닭도 나왔다.

닭의 게놈 크기는 사람 게놈의 3분의 1 수준으로 약 1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져 있다. 유전자 수는 2만~2만3000개로 추정돼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닭의 미토콘드리아 게놈을 분석한 결과 50년에 두 개씩 변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닭이 인간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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