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함께한 초급자가 뒤땅이 자주 난다며 조언을 구했다. 함께 라운드를 해본 적이 없는 골퍼였다. 그래서 교과서대로 볼을 몸 가운데보다 더 오른쪽에 두고 왼팔이 역할을 더 많이 한다는 느낌으로 쳐보라고 조언했다.
한참 뒤 그와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됐다. 그런데 그는 전반 9홀을 도는 동안 몇 번이나 더프(이른바 뒤땅)를 냈다. 티샷은 무난하게 해놓고선 말이다. 안타까워 가까이서 봤더니 볼을 몸 가운데보다 훨씬 왼쪽에 두고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전반을 끝내고 쉬는 시간에 그를 불러냈다. 전에 내가 조언한 대로 해봤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김프로 말을 듣고 볼을 살짝 오른쪽에 두는데도 계속 뒤땅이 난다”고 답했다. 내가 보기엔 왼쪽에 두고 치던데 무슨 소리람. 아이언을 하나 뽑아 들고 그와 연습그린 모퉁이로 갔다. 셋업을 해보라고 했다. 볼을 몸 가운데 두고. 그랬더니 그는 여전히 볼을 무게 중심보다 왼쪽에 두는 자세를 취했다. 왜 볼을 왼쪽에 두느냐고 물었다. 그는 ‘가운데 둔 것’이란다.
아하. 이해가 됐다. 그는 셋업 때 왼발을 오픈했다. 그리고 두 발의 발끝을 기준으로 가운데를 찾았던 것이다. (사진 ①)
독자들도 혹시 이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셋업 때 왼발을 오픈하는 것을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왼발 오픈은 좋다. 그러나 왼발을 연 채로 양쪽 발끝을 기준 삼아 가운데를 찾으면 안 된다. 그렇게 찾은 가운데는 무게 중심이 아니다. 한참 왼쪽으로 치우친 자리다. 볼 위치를 어디에 둔다는 말은 무게 중심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사람은 두 발로 서고 무게 중심은 두 발목을 기준으로 가운데다. 뒤땅으로 고생한 그 골퍼는 그동안 왼쪽으로 치우친 것을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한 것이다. 프로에게 조언을 들었지만 효과가 없다고 원망도 했을 것이다. 말로만 듣는 것이나 글로만 읽는 것으로 교습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때가 많다. 책, 비디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TV 채널에서 보고 들은 내용만으로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골프 레슨은 얼굴을 마주하고 받아야 한다.
말이 나온 김에 볼 위치 잡는 방법을 정리한다. 우선 두 발을 붙이고 볼 앞에 선다. 볼은 두 발 사이에 두고. 이때 발은 11자로 놓아야 한다. (사진 ②)
아직은 어느 쪽 발도 오픈해서는 안 된다. 그런 다음 먼저 왼발을 벌린다. 그리고 오른발을 벌린다. 볼 위치가 여전히 가운데 있는가. 혹시 정중앙에 있는 것 같지 않다면 잔발질을 한다.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 가며 조금씩 움직여 볼 위치를 잡는 것이다. 이때 볼에 적당히 멀리 섰는지도 체크한다. 그리고 제대로 볼이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되면 그때서야 왼발(경우에 따라서는 오른발)을 오픈한다. 어떤가. 이렇게 왼발을 오픈하면 얼핏 보기에는 볼이 중심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자리가 가운데다. 믿기지 않으면 바짓가랑이를 들어올려서 양쪽 발목을 보라. 발목을 기준으로 보면 엄연히 그 자리가 가운데다. 더 정확하게 볼 위치를 익히려면 얼라이먼트 스틱을 써야 한다. 스틱을 두 발 사이에 놓고 가운데를 잡아보면 훨씬 눈에 빨리 익는다. 볼 위치가 그렇게 공을 들여서 잡아야 할 만큼 중요하다고 묻는다면 내 답은 이렇다. ‘공 반 개가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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