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최덕경 교수,동아시아 농업사상의 똥 생태학 발간

입력 2016-12-27 13:42  

동아시아에서는 똥이 폐기물이 아닌 자원이었음을 역사학적으로 밝힌
똥을 경제학?농학?생태학 및 역사학의 융합적인 관점에서 살핀 최초의 연구

최덕경 부산대학교 사학과 교수(사진)가 27일 동아시아에서 똥이 폐기물이 아니라 유용한 자원이었음을 역사적으로 밝힌 『동아시아 농업사상의 똥 생태학』(세창출판사)을 출판했다.

비료는 토양의 지력을 제고하여 농업 생산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동아시아 전통농업에 있어 가장 특징적인 비료는 똥오줌이다.이 책은 이러한 똥오줌의 이용과 보급 및 그 변용과정을 통해 사회경제적인 변화와 문명형성의 토대를 살핀 것이라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동아시아인들은 고대 이래 똥오줌은 농업자원으로 활용돼 많은 인구를 부양하고 생태환경을 보전해왔던 창의적인 지혜의 결정체였지만,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 근대 이후 농약과 화학약품이 유기비료를 대체하면서 생태계의 파괴와 생명의 위험에까지 직면하게 됐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을 역사적으로 검토한 최초의 저서로서 주목된다.

동아시아 농업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이 매일 일정량을 배출하는 똥오줌을 폐기물이 아닌 농업비료로 이용해 생산력을 증대시켜 수많은 인구를 부양했다는 점이다. 왜 동아시아에서만 똥오줌을 농업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는가? 그 사상적 배경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때는 황금과 같이 인식돼 매매의 대상으로 됐는가 하면 어느 시점부터는 기피의 대상이 됐는지를 필자는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면서 역사학 방법으로 그 해답을 찾아가며 본서를 서술하고 있다.

기존의 똥오줌에 관한 연구는 똥오줌을 여러 비료 중의 하나로 취급했거나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하지만 역사학적으로 똥오줌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연구는 중국과 일본학계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민간에서 측간이 언제부터 건립되고, 저류된 분뇨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으며, 사회발전에 따라 제기된 똥오줌 비료의 한계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었고, 특히 근대화를 전후해 똥오줌이 자원에서 폐기물로 변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핀 연구가 거의 없었다.

이 책에서 사람 똥을 연구주제로 삼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서양 학자들에 의해 자극받은 바가 크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서구의 몇몇 연구자들은 분뇨를 자원으로 재활용했던 아시아인들의 지혜를 경이로운 눈으로 보면서, 실제 그들 가정에서 똥오줌의 자원화를 실천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당시 동아시아인들은 조상이 발견한 자연친화적인 생태농업의 지혜를 이미 폐기처분하다시피 했지만, 서구인들은 도리어 동아시아의 전통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 생활 속에서 이용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자괴감으로 똥오줌의 실체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분뇨와 측간의 변천사는 문명의 형성과 발전의 역사이면서 농업생태계와 사회경제의 변화도 동시에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주제이다. 그 변천을 효과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우선 고대 중국 분뇨시비의 출현과 확산을 다뤘다. 그 속에서 분(糞)이 지닌 의미와 효용성, 가축 똥에서 사람 똥으로 비료가 확대되는 것에 주목했다. 그 다음은 송대(宋代) 똥오줌 비료의 정착과 명청시대 비료의 특징을 다뤘다.

주된 내용은 송대 똥오줌 수요의 증가로 저장시설인 측간의 보급이 확대되고, 똥오줌이 지력을 증진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휴한 극복의 의지를 갖게 됐다. 그 결과 똥을 황금처럼 인식하게 됐다. 나아가 명청시대에는 상품작물의 재배가 보편화되면서 지역에 따라 다양한 비료가 출현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명청시대에는 농업환경의 변화로 인해 똥오줌을 이용한 융복합 비료와 금비(金肥)가 출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회경제의 발달에 따른 노동자들의 비료에 대한 인식변화와 기존 똥오줌의 문제점과 변용을 살폈다.

똥오줌에 곡물을 배합해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으면서 살충을 겸한 융복합 비료인 분단(糞丹)이 어떤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으며, 최초의 금비인 콩깻묵이 강남지역에 급속히 확산되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도 구명했다. 근대화과정에서 똥오줌이 어떻게 청산의 대상이 됐는지도 살폈다.

이 책은 마지막에 '최고의 비료로 인식한' 조선과 일본에서의 똥오줌 이용의 실태와 측간의 모습을 다뤘다.조선과 일본이 지닌 독특한 비료양상과 똥오줌 매매실태를 분석했다. 똥오줌의 저류시설인 측간구조의 변화와 측신(?神)의 출현을 통해 벼농사의 확산과 측신 신앙의 전파과정을 구명함으로써 동아시아 각국이 똥오줌비료와 측신문화를 공유하였다는 점을 민속학적인 관점에서 논증하기도 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비록 동아시아 각국은 똥오줌을 청결과 위생의 이름으로 청산했다.하지만 건강한 유기식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똥오줌을 오늘날 과학의 힘을 빌려 되살릴 필요가 있다. 인간은 매일 일정량의 똥오줌을 배설하고, 단순한 폐기물로 인식하느냐 아니면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느냐는 미래의 우리의 먹거리와 생태환경의 보존을 넘어 인류의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중국 농업사 연구자로 그동안 『중국 고대농업사 연구』, 『중국고대 산림보호와 생태환경사 연구』를 출간했다. 역주작업으로는 『농상집요 역주』, 『보농서 역주』와 『진부농서 역주』를 편찬했으며, 『중국의 역사[진한사]』와 『중국고대사회성격논의』 등을 2인 공동으로 번역 출판했다.

중국학회와 공동으로 출판한 농업사와 생태환경사 및 식생활사에 관한 논문들도 있다.최교수는 “기존의 농업사 연구가 생산력과 생산관계에 주력한 것을 넘어 그 영역의 확대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고,시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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