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소비자심리지수
7년8개월 만에 바닥 찍었지만 카드사용액 오히려 12% 늘어
전문가 "불안심리 차단 힘써야"
[ 김주완 기자 ] 소비 심리는 최악이라는데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 관련 실물지표는 비교적 괜찮게 나온다. 체감소비와 실물지표 간 괴리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도 헷갈려 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경제주체의 불안 심리가 실물 경기로 옮겨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 심리 금융위기 직후 수준
27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6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4.2로 집계됐다. 전달(95.8)보다 1.6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100을 밑돌면 현재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12월 소비자심리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과 같은 수준이다. 7년8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 지수는 올해 5월(99.2) 100 아래로 떨어졌다가 7월(100.9) 100 위로 복귀했다. 이후 100~101을 유지하다 지난달 100 아래로 다시 하락했다. 한은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 여파에다 ‘최순실 사태’ 이후 정국 불안 등이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현장 경기도 심상치 않다. 김영란법 영향을 받은 외식업계와 화훼업계는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63.5%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대답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0월 화훼 거래 물량이 전년 동기보다 22% 줄었다.
◆카드 사용액 증가세 유지
하지만 지표는 ‘선방’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지난달 카드 승인액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1월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60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7% 증가했다. 법인카드 승인금액도 9조9400억원으로 15.0%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도 1.4% 늘었다. 소비 전체의 경기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지수도 나쁘지 않다. 최신 통계인 지난 10월에 전달보다 5.2% 증가했다. 현장 체감소비와 지표소비 간 괴리에 대해 정부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화훼업계 등 관련 일부 업종의 타격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내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 심리 차단해야”
하지만 불안 심리는 언제든지 실물 소비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커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그나마 경기 악화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소비마저 침체하면 내년 1분기에는 ‘성장절벽’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며 “정부가 불안 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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