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법인세 인상' 역주행하자는 한국, '투자 썰물' 우려된다

입력 2016-12-27 17:55  

OECD 평균 법인세율 2015년 23.3%로 30년 새 20.1%P↓
트럼프, 35%→15% 인하 예고…25%인 중국도 '맞불' 천명
"자본 유치하고 투자 확대해 일자리 늘리는 게 서민 위한 길"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美·中 법인세 인하경쟁과 우리의 대응

미국에 이어 중국도 공격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2개국(G2)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이다. 국제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제규모가 큰 G2로부터 촉발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과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굳이 법인세율을 내리지 않아도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인식돼왔다. 그럼에도 법인세율을 큰 폭으로 낮추겠다는 것은 투자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는 증거다. 두 국가가 직면한 투자환경 변화는 서로 다르지만 G2로부터 촉발되는 국제 간 조세경쟁은 한국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제 간 조세경쟁의 역사는 오래됐다. 조세경쟁은 세계화로 경제적 국경이 사라지고 자본의 국제 간 이동에 한계가 없어지면서 시작됐다.

자본을 유치하려는 국가 간 경쟁은 법인세율의 하향 평준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1985년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은 43.4%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5년 현재 23.3%로 30년 동안 20.1%포인트나 하락했다.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와 가장 낮은 국가 간 세율 격차가 1985년 46.2%포인트이던 것이 지금은 29.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국제 간 투자는 노동의 질적양적 수준,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 정도, 규제수준, 정치적 안정성, 부패수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법인세가 투자지역을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면서 법인세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계열사 간 거래가격 조정, 저세율 국가로의 소득이전, 부채조정 등이 세부담을 완화하는 전략으로 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 발전과 더불어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활발해지고 무형자산의 거래가 증가하면서 다국적기업의 세부담 완화 전략은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신기술 개발의 위험성과 특허권 사용료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분명한 현상은 저세율 국가에 있는 자회사로 무형자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본사를 저세율 국가로 이전하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低세율 국가로 쏠리는 자본

영국 네덜란드 아일랜드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법인세율을 큰 폭으로 인하하면서 선제적으로 이런 변화에 대응해왔다. 반면 미국은 1993년 설정된 35%의 높은 세율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광고, 반도체, 제약회사 등 미국의 주요 다국적기업이 저세율 국가로 본사를 이전하는 사례가 급증해왔다. 이에 자극을 받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으로 공장을 유턴하는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등 뒤늦게 디지털 경제가 가져오는 변화에 대응하고 나섰다. 오바마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이런 정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인하하는 과감한 정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7%P 세율역전 41억弗 유출 추정

중국도 이와 같은 투자환경 변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더욱이 중국은 임금이 상승하면서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의 공장’이란 지위를 상실하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외국인투자(FDI) 유출은 2011년 745억달러로 세계에서 6위였으나, 2015년엔 1276억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반면 FDI 유입은 2011년 1240억달러로 1위였으나, 2015년에는 1356억달러를 기록해 3위로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마저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중국으로 향하던 자본이 미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세금 인하 정책을 과감히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의 법인세율 인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예상 밖으로 클 것이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22%로 미국과 중국에 비해 각각 13%포인트, 3%포인트 낮은 수준에 있다. 하지만 미국이 15%로 낮추고 중국(25%)도 이에 맞춰 15%로 낮춘다면 한국의 법인세율은 오히려 이들 국가보다 7%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법인세율 격차에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자본의 순유출액은 미국으로 32억3000만달러, 중국으로 8억8000만달러 증가해 총 41억달러에 달하는 돈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다지역·다부문 동태적 일반균형모형인 KERI-CGE를 이용해 자본유출입과 국제 간 무역의존도 등 다양한 상호 연관효과를 고려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과 미국의 법인세율이 15%로 인하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3.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의 GDP는 연평균 6.2%, 중국의 GDP는 3.2%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법인세 인하로 자본이 미국과 중국으로 집중되고 이들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으로의 자본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면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도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이런 세계적 추세에 역행해 법인세율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됐던 법인세율 인상안이 철회되기는 했으나, 내년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지면서 법인세율을 인상하자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다시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부자인 대기업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서민을 위해 쓰는 것이 정의롭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인세를 대주주에게만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결국 국민 稅부담만 높일 뿐

세계화와 디지털 시대에 법인세를 강화하면 대주주의 자본은 손쉽게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제 간 이동성에 제약을 받고 있는 소비자, 노동자, 소액주주에게 세부담이 돌아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마음만으로 그들을 보호할 수는 없다. G2마저 적극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려는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투자를 늘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만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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