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시간 밤샘조사 받은 홍완선…10시간 만에 또 부른 특검

입력 2016-12-27 18:14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사기간 짧아 불가피" vs "여론에 쫓긴 무리한 수사"

배임 혐의 논란도 가열
"투자 판단에 책임 묻나"

김종 전 차관은 사흘 연속 조사
문형표·안종범 잇따라 소환
정유라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



[ 박한신 / 고윤상 기자 ] 최순실 씨(60·구속기소)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7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사진)을 이틀째 소환했다. 전날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사흘 연속 조사하는 등 박 특검팀의 ‘속전속결’ 스타일이 드러나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지난 26일 오전 9시30분 특검에 나와 다음날 새벽 4시30분까지 약 19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10시간 만에 다시 불려나왔다. 새벽에 귀가시킨 피의자를 당일 오후에 재소환한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특수통’다운 ‘광속’ 행보라는 평가와 함께 70일간(1차)의 제한된 수사기간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시간과 여론의 ‘압박’에 쫓긴 특검팀의 과속 등 ‘무리한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검은 특검법의 적용을 받지만 검찰의 경우 ‘인권보호수사준칙’을 통해 심야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조사 당사자가 동의하거나 공소시효가 임박했을 때는 심야조사를 할 수 있다. 실제 검찰 수사에서는 당사자 동의를 얻었다는 명분 아래 밤샘조사가 자주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피의자나 참고인으로선 불이익을 우려해 검찰의 밤샘조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특검팀이 홍 전 본부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강도 높게 추궁하고 나서면서 “기관투자가의 투자 판단을 배임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는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후에 손실이 났다고 해서 처벌한다면 업계 그 어떤 펀드매니저도 배겨나지 못할 것”이라며 “당시 국민연금도 최대한 손실 위험을 피하는 쪽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과 함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을 불러 조사했다. 문 전 장관은 특검에 출석하면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미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며 정상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정 전 차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안 전 수석은 이날 오전 “건강이 좋지 않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반드시 조사가 필요하다”는 특검팀의 요구에 특검 사무실로 나왔다. 특검팀은 최씨에게도 소환을 통보했지만 최씨는 “건강이 좋지 않다”며 응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최씨의 딸 정유라 씨(20)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정씨 체포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만으로도 적색수배 요건이 된다”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해 “상징적인 곳으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가 완료되는 시점에 압수수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전 비서실장의 휴대폰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박한신/고윤상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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