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쟁·정보유출 해결사' 떠오른 딜로이트안진

입력 2016-12-27 18:46  

디지털 증거 찾는 포렌식이 회계법인 새 먹거리

"고객 원하는 증거 모아 제공"
딜로이트안진 등 회계법인들
기업국제분쟁서 짭짤한 수익

매그나칩 200억대 수수료 주고
국내법인에 회계검증 받아

삼일·삼정 등도 포렌식팀 강화
"법률서비스 자문 등 영역 확대"



[ 이지훈 기자 ]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담긴 정보를 추출·분석해 숨겨진 증거를 찾아내는 디지털포렌식 기법이 국내 회계법인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간 국제분쟁, 정보유출, 횡령비리, 회계조작 조사 등에 포렌식 기법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회계법인을 ‘해결사’로 찾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디지털은 흔적을 남긴다

에너지 분야 공기업 A사는 최근 수천억원의 가치를 가진 회사의 핵심기술이 중국으로 빠져나간 것을 뒤늦게 알고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조사를 의뢰했다. 안진 포렌식팀은 대용량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활용해 A사의 사내 데이터망을 샅샅이 뒤졌다. 결국 하도급업체 직원이 A사 직원의 노트북을 통해 기밀정보에 접근한 것을 탐지, 용의자를 A사에 통보했다.

회계법인 포렌식팀은 이처럼 관련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흩뿌려진 디지털 정보를 복원하고 분석해 기업들이 궁금해하는 사실관계를 찾아낸다. 포렌식 조사는 고가 장비와 대규모 전문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기업들의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황만 가지고 직원들을 추궁하거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때 ‘기업 이미지 실추’나 ‘직원의 무고죄 대응’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은밀하고 정확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포렌식 기법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짭짤한 수익원으로 부상

국내 포렌식 분야 선두주자는 2008년께부터 포렌식팀을 운용하고 있는 딜로이트안진이다. 회계사를 비롯해 변호사, 언어학자, 정보기술(IT)전문가, 보안전문가 등 6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포렌식팀’을 갖추고 있다. 100억원 이상을 쏟아부어 최신 데이터 분석 툴과 대용량 서버도 구비했다. 딜로이트안진이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은 포렌식 분야가 주요 수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올 들어 약 40건의 기업 부정비리 사건을 조사하면서 경험과 노하우도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을 비롯해 회계법인 포렌식팀의 가장 짭짤한 수익원은 글로벌 기업 간에 벌어지는 국제 분쟁 지원이다. 예를 들어 삼성과 애플 간 소송이 발생하면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증거를 포렌식 기법을 동원해 수집, 법정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옥시나 폭스바겐의 사례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국제 분쟁에 휩싸이는 경우에도 포렌식팀이 나서 배상금액 산정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 조선·건설 등의 분야에서 수주사와 발주사 간 국제 분쟁이 늘고 있는 곳도 포렌식팀에는 호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분식회계 의혹을 받은 미국 상장사 매그나칩은 국내 회계법인 포렌식팀에 200억~300억원의 돈을 주고 회계 검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강화하는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이 포렌식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업망을 구축, 매출이 급증하자 삼일·삼정 등 다른 회계법인들도 포렌식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일회계법인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컨설팅은 지난해 7월 흩어져 있던 포렌식 업무를 한데 모아 별도의 포렌식팀을 꾸렸다. 내년도 포렌식팀 예산도 대폭 늘렸다. 내년 초에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PwC의 포렌식그룹 미국 전문가가 방한해 디지털 포렌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기존 사업영역을 벗어나 법률서비스 자문기구로 변신하는 주춧돌이 바로 포렌식”이라며 “회계법인 내 포렌식 분야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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