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은 기본, 시너지는 덤
입주사끼리 '상부상조' 공유 오피스
맛집끼리 분점 효과 낸 공유 주방
[ 박희진 기자 ] #자동차 매매 서비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겟차'는 최근 이웃 회사의 도움으로 마케팅 고민을 해결했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 업체 IGA웍스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덕분이다. 두 회사의 '오작교' 역할을 한 곳은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다.
#서울 이태원 수제 햄버거 맛집으로 유명한 레프트코스트 아티잔은 지난 9월 분점을 내지 않고 강남 진출의 꿈을 이뤘다.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공유 주방 '배민키친'에 입점하면서다. 직접 분점을 내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강남 지역 고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공유 공간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공간을 나눠 쓰는 것을 넘어 공유로 인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간뿐 아니라 인력과 재능, 서비스를 나눔으로써 시너지를 내는 전략이다. 공유하는 공간도 기존 사무실이나 회의실뿐 아니라 주방 등 새로운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강남 공유 오피스·주방 가보니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는 저녁에 있는 파티 준비로 분주했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먼저 눈에 띈 것은 전구 불빛이 멋스러운 바(Bar)였다. 커피와 음료, 스낵은 물론 수제 맥주까지 준비된 이곳에서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입주사 직원이라면 누구나 크리스마스가 아닌 평소에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라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파티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일부는 테이블에 앉아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회의실엔 머리를 맞댄 무리들이 보였고, 공중전화 박스처럼 생긴 폰 부스엔 한 명씩 들어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감각적인 조명과 소품, 인테리어는 "일하고 싶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지난 13일 문을 연 패스트파이브 6호점 삼성점은 코엑스와 연결되는 도심공항타워 24층에 있다. 약 450평 규모로 40여개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수준이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삼성점은 벌써 70~80% 정도 계약이 된 상태"라며 "삼성역과 코엑스 주변이 스타트업이나 젊은 사업가들에게 인기가 많아 다른 지점보다 빨리 계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근처 역삼동엔 이태원 맛집 셰프들이 나눠쓰는 주방도 있다.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공유 주방 '배민키친'이다.
18평 남짓한 공간은 3개의 작은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이태원 맛집으로 유명한 3개 식당이 각 공간을 쓰고 있다. 이곳은 이태원 본점에서 파견된 셰프들이 역삼동 인근에서 들어오는 배달 주문을 받아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식탁이나 홀 직원은 없다.
완성된 음식은 맛집 배달대행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역삼동 근처로 배달된다.
◆"부족한 부분 채워 주는 사람 만나"
공유 공간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공간을 통째로 직접 임대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만큼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지점 평균 월 50~55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오피스내 모든 시설과 장비, 사무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 보증금이나 추가 비용은 없으며 전기·수도세, 냉·난방비도 따로 내지 않는다.
배민키친 입점 업체들은 처음 소정의 계약금만 지불하고 이후엔 가스비 등 개별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 분점을 낼 경우와 비교하면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워낙 적기 때문에 성과에 따라 부담 없이 퇴점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점주 입장에선 장점이다.
최근 공유 공간의 특징은 이같은 비용 절감 이상의 효과를 내는 데 있다. 공간을 제공하는 업체로부터 부가적인 서비스를 받고, 공간을 함께 쓰는 다른 업체들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패스트파이브에선 네트워킹 파티처럼 입주 업체간 친목을 도모하는 행사들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각 지점의 커뮤니티 매니저는 다양한 행사를 주도하면서 회사 간 소통을 도와준다. 새 회사가 입주하면 전체 입주사를 모아놓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회사들의 직무 수요를 파악해 연결해주기도 한다. 마케팅 전문 인력이 없었던 겟차에 마케팅 전문업체 IGA웍스를 소개시켜준 게 대표적이다.
정유철 겟차 대표는 "공유 오피스에선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이미 경험한 사람들, 부족한 전문성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배민키친 입점 업체들은 배달음식 업계에서 경험이 많은 우아한형제들의 노하우와 배달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안젤라신 레프트코스트 아티잔 대표는 "배달의민족 측 도움을 받아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메뉴 변경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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