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준 기자 ] 정용진 부회장과 대화하는 내내 머릿속에서 ‘탈출’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스타필드를 통해 그는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상품 경쟁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들의 시간, 경험, 기억을 붙잡는 경쟁을 시작했다. 할인점 경쟁에서는 “신라면을 100원 깎아줘 고객을 오게 하는 그런 경쟁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했다. 이마트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으로 승부에 나섰다. 그는 “치열한 경쟁에서 1등을 차지하는 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룰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기존 경쟁구도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얘기다. 직원들에게는 “정석을 배웠으면 잊어버려야 한다. 선배한테 배운 대로만 일하면 절대 새로운 시대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선배들이 남긴 유산으로부터 탈출하라는 주문이다.
그의 경영코드에 탈출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스타필드라는 브랜드다. 스타필드하남 네이밍 때 그룹 내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신세계쇼핑몰, SS쇼핑몰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반대했다. “우리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려고 한다. 여기에 신세계를 붙이면 이미 세상에 있는 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가 모든 업태에 롯데라는 공통의 이름을 붙이는 것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이마트 이미지에서도 탈출하고 싶다고 했다. 이마트 하면 “공룡, 골목상권, 저렴함, 대기업 등이 떠오른다”는 게 이유였다. 노브랜드, 피코크도 기존 제품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지은 브랜드명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 이마트를 빼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란 말을 붙여 스타필드라고 지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스타라는 말에는 동경과 판타지가 담겨 있어 좋아한다”고 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스타슈퍼다. 그는 “스타벅스는 내가 네이밍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계열사”라며 웃었다.
2017년, 그와 신세계가 탈출이란 코드를 앞세워 어떤 시도를 할지 궁금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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