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국 넘어 동남아 모바일 시장 도전하는 옐로모바일
잇단 벤처 인수로 덩치 키워…매출 90억서 올 4000억 껑충
'먹튀 기업' 논란 있지만 글로벌 VC도 수천억 투자
내년엔 상장도 추진…"더 많은 기업 사들일 것"
[ 남윤선 기자 ] 옐로모바일이 설립된 건 2013년이다. 아무 사업도 하지 않는 이 회사 지분을 일부 넘겨 주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분의 50% 이상을 가져오는 방법으로 벤처 연합군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회사를 이끄는 이상혁 대표는 과거 운영하던 마이원카드를 다음에 매각했다는 것 말고는 특별히 알려진 경력이 없었다. 그런데도 “옐로모바일이 모바일시장을 다 먹을 수 있다, 수년 내 조 단위 매출을 내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대번 ‘사기꾼’ 소리가 나왔다. “어떻게든 상장만 하고 ‘먹튀’하려는 회사일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었다.
그리고 만 4년이 지났다. 이 대표는 ‘사기꾼’은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냈다. 작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네이버 초기 멤버인 신창균 씨가 설립한 퓨쳐스트림네트웍스 등 탄탄한 기업들까지 인수했다. LS가(家) 장손인 구본웅 씨가 이끄는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이나 맥쿼리 등 글로벌 펀드로부터도 수천억원대를 투자받았다. 28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한 이 대표는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그는 “나는 사기꾼이 아니라 ‘사업 설계 전문가’”라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모바일시장을 장악하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대를 먼저 먹겠다”
1971년생인 이 대표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인터넷 열풍이 불었다. 당시 그는 인터넷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합류하는 사업이 아니라 단순 컨설팅으로 창업했다. 사업은 반짝했지만, 결국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인터넷 기업을 세운 사람들은 ‘거부’가 됐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먼저 정복하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창업팀은 망한다는 것이죠.”
2010년 모바일 시대가 도래했다. 인터넷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린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혼자 해선 승산이 없었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벤처 연합군이다. 스타트업들이 뭉쳐서 모바일시장을 초기에 장악하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와 같은 ‘설계도’를 짜고 기업들을 설득해 합병하고 ‘큰 무리’를 만들었다.
규모의 경제
‘규모의 경제’는 효과가 있었다. 옐로모바일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인 스톤브릿지캐피탈 관계자는 “병원정보 앱(응용프로그램) 굿닥은 옐로모바일에 합병되기 전엔 월 매출이 1000만원이 안 됐지만 지금은 10억원이 넘는다”며 “합쳐서 덩치를 키웠기 때문에 시장의 주목도, 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쇼핑, 미디어, 광고, 여행, O2O(온·오프라인 연계) 등 5개 분야에서 91개 기업(2016년 3분기 현재)을 모았다.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90억원 선이던 매출은 올해 4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영업이익 흑자도 가능할 전망이다. 맥쿼리캐피탈은 최근 옐로모바일의 기업가치를 약 4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카카오의 시가총액(약 5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계속 기업을 인수하는 게 옐로의 의무
옐로모바일은 내년 상장을 추진한다. 이 대표는 ‘먹튀’를 위한 상장이 아니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시장의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보호예수 등 눈에 보이는 조치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장의 목적은 “더 많은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맨땅에서 시작해 90개 넘는 계열사를 만들었는데, 상장사의 타이틀을 갖게 되면 더 좋은 기업을 더 많이 인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최근 ‘팀그레이프’를 앞세워 패션 분야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내년부턴 중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모바일시장을 “선점하겠다”고 했다. 그 다음은 헬스케어, 빅데이터, 인공지능 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계속 기업을 사는 게 옐로모바일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한국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을 사지 않습니다. 그러니 엑시트(사업 매각 뒤 투자금 회수)가 안되죠. 옐로모바일은 돈을 벌어 계속 기업을 인수할 겁니다. 그래서 창업생태계 활성화의 중심에 서고 싶습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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