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신 겁 났지만 김태용 감독 믿고 들어가…"
"악역 재해석에 만족해요"
배우 유인영(32)이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를 통해 악역을 새롭게 해석했다.
이 영화는 두 여교사와 남자 고등학생 재하(이원근)의 비도덕적 관계를 앞세워 우리 사회에 팽배한 계급론의 부당함을 지적한다.
유인영이 연기한 혜영은 예쁜 외모와 좋은 학벌, 재단 이사장 아버지를 둔 밝은 성격의 정규직 여교사다.
그는 존재만으로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의 자존감을 짓밟고, 열등감을 폭발시킨다. 효주는 점점 어두워지고, 혜영은 자신도 모르는 새 악역이 되어간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 까페에서 유인영을 만났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혜영이 왜 악역인지 이해가 안됐어요. 김태용 감독에게 '악역이란 말 싫다'고 투덜거리기도 했죠.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그제야 '아 이건 맑은 악역이구나'라고 이해했어요.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는 혜영의 모습은 제가 봐도 얄밉더라고요."
데뷔 13년 차 유인영은 그동안 숱한 작품에서 악역을 맡아왔지만 혜영만큼 어려운 캐릭터는 없었다.
"선악이라는 말로 정의하기 힘든 역할이죠.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도저히 전형적인 악역이라고 생각되지 않았거든요. 저는 철저히 혜영의 입장만 보고 연기했죠. 해석은 관객 몫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효주와 혜영의 감정선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엎치락 뒤치락 한다. 이야기 전체를 몰입력 있게 끌고간 데는 두 여배우, 김하늘과 유인영의 공이 컸다. 유인영은 김하늘과의 연기는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상대역과 친해지려고 일부로 다가가기도 했었어요. 연기가 편하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죠. 이번 영화는 서로의 감정이 조금 떨어져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감정에 대해서 전혀 터치하지 않았죠. 서로 존중하며 작업한 느낌이예요."
'여교사'는 선정성과 자극성 등을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유인영이 출연한 영화 중 '청불' 판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나리오상에서는 베드신이 더 파격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하지만 감독은 그 장면이 부각되는 걸 원치 않아서 적절한 수위로 조정했어요. 상황과 설정이 야한 느낌이 들 뿐이지 예쁘게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유인영은 그동안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 '오 마이 비너스', '가면', '기황후', '별에서 온 그대', 영화 '베테랑' 등 대중성 있는 작품에 출연해왔다. 이런 그에게 '여교사'의 행보는 조금 의외다.
"평소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같은 작품성 있는 시나리오를 좋아해요. 김태용 감독의 전작 '거인'을 보고 놀랐죠. 배우 최우식의 이면을 끄집어냈더라고요. 김 감독이라면 저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어요."
유인영은 여전히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다. 수백억을 투자해 만드는 대작도 좋지만, 대중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양성 영화에 더 많이 참여하고 싶다.
"최근 '미씽: 사라진 여자'를 극장에서 봤어요. 공효진 선배 캐릭터가 매우 인상적이었죠. 굉장히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저 역시도 '유인영'이라는 기존 틀을 내려놓고 다양한 역할을 통해 변하고 싶어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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