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2.6%의 낮은 성장률 전망에 먼저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2%대의 낮은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외환위기의 파장이 계속되던 1999년 이후 근 20년 만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똑같이 2.6%로 예상되는 판에 3년째 2%대가 되면 완전히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진다.
유일호팀이 내놓은 경제정책을 보면 나름대로는 고육책이 총 망라돼 있다. 재정과 정책금융을 통한 20조원 이상의 경기보강, 수출지원책, 공공부문 고용확대 같은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상투적인 ‘백화점식 대책’일 뿐이다. 벌써 새해 추경편성이 거론되는 지경이니 신뢰가 가지도 않는다. 정부는 취업자 증가 전망치를 26만명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100만명을 넘어선 청년 백수와 속속 쏟아질 졸업자를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유일호팀을 이제 그만 닦달하자. 대통령의 부재를 탓할 수만도 없다.
근본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임 상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도, 공장도, 호텔도, 테마파크도 세울 수 없다. ‘영리병원 불가’라는 수십년 된 슬로건은 의료의 산업화 자체를 막고 있다. 최고급 한옥호텔도 학교 인근이라고 무산됐다. 화성의 유니버설스튜디오 건립도 수년 검토 끝에 무위로 끝날 판이어서 지난 6월 아시아 최대 규모로 개장한 상하이의 디즈니랜드만 부럽게 보는 처지가 됐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확정됐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문화재청 산하 무슨 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몇 년을 논의한 케이블카 하나 설치 못 하면서 설악산에 중국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면 코미디다. 이러고도 해외 카드 소비만 늘어난다고 탁상의 걱정들을 하고 있다.
투자가 활발해야 경제가 살고 그 과정에서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철칙이다. 하지만 국회는 그 모든 것을 틀어막고 있다. 경제민주화 구호 아래 생겨난 온갖 규제입법은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다. 여야 할 것도 없다. 국정조사니 청문회니 하는 질주를 보면 경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 그러면서 광장의 촛불 눈치나 살핀다.
경제 흐름에 대한 단기 상황판단은 엇갈릴 수도 있다. 소비가 무너진다지만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3개월 만에 1.6% 증가했다. 세금은 잘 걷히고 이달 수출도 두 달째 호조세다. 혼재된 지표를 보면 2.6% 논쟁은 의미도 없다. 문제는 이대로는 무너진다는 공포감이다. 좌편향 국회의 입법독재와 낡은 규제행정의 두 바퀴, 사회 각 분야의 발목잡기가 극대화된 상황이다. 일본식이 아니라 남미처럼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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