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 4천만원 위스키서 1만원대 커피까지

입력 2016-12-29 18:19  

설 선물세트 극과 극

백화점 최고가 선물은 주류
롯데 '보르도 7종' 1800만원
고급 마케팅…판매는 '글쎄'

김영란법에 저가 세트 늘어
돼지불고기 등 실속형 인기



[ 강영연 기자 ]

롯데호텔서울은 내년 설 선물로 4000만원짜리 위스키 ‘루이13세 제로보암’을 선보였다. 세계에서 100병만 한정 생산돼 고유번호도 있는 제품이다. 병은 프랑스 최고급 크리스털 브랜드인 크리스탈레리 드 세브레가 제작했고, 나무 케이스는 루이 13세를 100년 이상 숙성시키는 오크통과 같은 재질인 프랑스 리무쟁 지역 오크를 사용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영향으로 5만원 이하의 설 선물세트가 늘고 있지만 한편에는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선물이 눈에 띈다. 와인이나 위스키 등 주류가 대부분이다.

고급 선물 대세는 주류

롯데백화점은 내년 설 선물로 1800만원짜리 ‘보르도 컬렉션 2012’를 선보였다.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마고, 샤또 오브리옹 페트뤼스, 샤또 라미숑 오브리옹, 샤또 슈발블랑 등 보르도 와인 7종을 한꺼번에 담은 선물세트다.

신세계백화점에선 1500만원짜리 위스키 ‘맥켈란1962’를 내놨다. 1962년부터 주질이 좋은 제품만 극소량 출시하기 때문에 세계 유명 경매에서 낙찰가가 매해 경신되는 싱글몰트 위스키라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에서 가장 비싼 설 선물은 와인 ‘샤또 페트뤼스’(600만원)다.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은 샤또 페트뤼스는 프랑스 포므롤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세계 최고급 보르도 와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합리적인 프리미엄 제품도

업체들이 최고가 선물을 선보이는 이유는 고급 호텔 또는 백화점이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다. 워낙 고가의 제품은 내놔도 팔리지 않기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최고급 선물 가격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2014년 추석만 해도 6000만원짜리 와인 ‘샤또무통로칠드 1945’를 선보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1000만원 안팎으로 가격대를 낮췄다.

롯데호텔이 선보인 ‘루이13세 제로보암’은 2013년 설에 첫선을 보인 뒤 4년째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4500만원에 내놓은 제품을 올해는 500만원 저렴하게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급 이미지를 얻기 위해 백화점들이 최고가 선물을 경쟁적으로 내놨지만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도 “명절이면 무리를 하더라도 비싼 선물을 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1000만원 안팎의 선물은 계속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 늘어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저렴한 선물세트도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보다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35% 늘렸다. 가장 싼 제품은 ‘UCC 드립백 3종 컬렉션’(1만2000원)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최저가 선물세트는 ‘LG 기분좋은 1호’(9900원) ‘애경사랑1호’(9900원)로 생활용품 선물세트다.

윤상경 현대백화점 생식품 팀장은 “돼지불고기 등 그동안 백화점에서 판매하지 않던 선물세트 구성도 늘렸다”며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서 저렴한 선물세트 판매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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