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부위가 지치면 이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처리하는 부분이 활성화되도록 설계돼 있다.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뇌에서 사고와 이성을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반응하는데, 수많은 결정으로 이 부위가 지치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고 감정을 처리하는 복내측전전두피질이 반응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노후 준비’와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자 윌리엄 너스는 저서에서 우리가 어떤 행위를 미루는 것은 그 행위에 대한 불안감 또는 불편함으로부터 피하려는 무의식적인 회피 본능 때문이라고 말한다.
푸르덴셜생명과 피어스 스틸 심리학 박사는 사람들의 미루는 행동과 관련한 실험을 위해 일반인 24명을 모아 길고 지루한 문제로 가득 찬 테스트를 했다. 참가자를 무작위로 A, B 두 그룹으로 나누고 테스트가 끝난 후 A그룹에는 휴식 시간을 주고, B그룹은 곧바로 다음 테스트를 풀게 했다. 다만 그 자리에서 바로 다음 테스트를 풀거나 혹은 집으로 가져가 풀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 B그룹의 3분의 1이 다음 테스트 미루기를 선택한 데 비해 휴식을 취한 A그룹은 전원 남아서 나머지 문제를 풀었다. 그들은 짧은 휴식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과반수는 어려운 문제를 풀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우리 뇌는 불안감을 회피하려는 본능 때문에 ‘노후 준비’도 동일하게 미루고자 할 것이다. 미룬다는 것은 그 대신 다른 것을 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돈에 관련해서라면 ‘모으는 것을 좀 미루는 대신 지금 갖고 싶은 것을 갖자’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YOLO(You Only Live Once)라고 해서 후회 없이 현재를 즐기자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은 무작정 피할 수도 없으며 그 누구도 대신 책임져줄 수 없다. 한때의 트렌드를 잘못 이해해서 큰 후회를 할 일을 만들기보다는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후준비에 너무 부담을 갖지 말고 조금씩 저축을 늘려간다는 생각으로 좋은 아이템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연금보험의 경우 과세 혜택이나 종신 수령 등의 장점이 있는데 납입기간이 길고 복리 혜택이 있으므로 빨리 가입할수록 유리하다.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조금씩 늘려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면 된다. 나의 뇌가 좀 더 어려운 결정을 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주면서, 구체적인 은퇴계획을 하나씩 세워가는 것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간다면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성태 푸르덴셜생명 Wealth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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