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환 기자 ] 서울대가 전공과목 평가 방식에 합격·불합격제(Pass/Fail, 과락제)를 도입한다. 합격·불합격제는 A~F 학점식 상대평가가 아니라 일정 기준만 넘기면 학점을 부여하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학생들이 학점 걱정 없이 다양한 전공 강의를 접하게 하자는 융합교육의 일환이다. 교양과목에 주로 적용하던 과락제를 전공과목에까지 넓히는 국내 첫 사례다.
서울대 관계자는 3일 ‘타전공 교과목 수강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올해 2학기부터 시행한다. 9~15학점 한도 내에서 다른 학과의 전공을 들을 수 있으며, 일정 기준점을 넘어 ‘합격’만 받으면 전체 학점 계산에선 제외된다. 예를 들어 한 학기에 18학점은 상대평가 방식의 과목을 듣고, 3학점은 과락제가 적용되는 학점을 듣는다고 가정하면 한 학기 학점은 18학점 기준으로만 계산되는 식이다.
스탠퍼드대 등 해외 대학은 전공 필수과목을 최소화하는 등 학문 간 장벽을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대도 2008년부터 부전공을 의무화하는 등 다른 학과 전공과목을 듣도록 장려해왔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학교 측 판단이다. 한 서울대 공대 교수는 “요즘 각광받는 인공지능만 해도 로보틱스 등 기계공학과 뇌과학, 데이터 분석, 심지어 예술 분야로까지 융합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한국의 대학 현실에선 전공 간 칸막이 때문에 인공지능 같은 4차 산업혁명기에 걸맞은 혁신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우선 학과별로 과락제 적용이 가능한 강의를 3~4개씩 개설하도록 했다. 이후 서울대에서 이뤄지는 모든 강의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생마다 9~15학점 범위에서 모든 과목에 대해 A~F 방식 또는 합격·불합격 방식의 평가를 받을지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기현 서울대 교무처장은 “창의성은 언뜻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시킬 때 나온다”며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을 들으면서 사고 폭을 넓힐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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