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퇴직연금 수익 부진…직장인들 돈 뺐다

입력 2017-01-03 18:45   수정 2017-01-04 05:10

연금저축·퇴직연금 인기 '시들'

소득공제 '12월 효과' 실종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 -0.38%
연금저축은 연 -1.96% 그쳐

실망한 가입자들 원금보장형
예금이나 보험으로 옮겨간 듯



[ 이현진 기자 ] 소득공제를 겨냥해 통상 12월에 자금이 대거 들어오는 퇴직연금펀드와 연금저축펀드의 인기가 작년 말에는 이례적으로 시들했다. 퇴직연금펀드는 ‘연말 특수’는커녕 지난해 12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는 기현상을 보였다. 낮은 펀드 수익률에 실망한 자금이 일부 원리금보장형으로 옮겨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퇴직연금펀드 한 달 새 112억원 유출

3일 펀드평가회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755개 퇴직연금펀드(P클래스 포함)의 설정액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112억원 줄었다. 연말에 유입액이 크게 늘었던 예년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퇴직연금펀드의 12월 유입액은 △2013년 1300억원 △2014년 2160억원 △2015년 824억원이다. 연말 유입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금저축펀드도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다. 같은 기간 1223개 연금저축펀드에는 164억원이 들어왔다. 전년 동기(1319억원)의 12.43%에 그쳤다.

퇴직연금펀드와 연금저축펀드는 2014년 연말정산부터 합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적용받고 있다. 직장인과 퇴직연금펀드에 가입한 기업이 대개 12월에 몰아서 한도액을 채워넣기 때문에 한 달간 자금이 몰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두 연금상품의 지난해 수익률은 지지부진했다. 퇴직연금펀드의 지난 1년 평균 수익률은 연 -0.38%, 연금저축펀드는 연 -1.96%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익률에 실망한 퇴직연금 가입자와 투자 규모가 큰 사업장들이 실적배당형 상품(펀드)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예금 등)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펀드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것이 퇴직연금펀드와 연금저축펀드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펀드 대신 원리금보장형 예금이나 보험 등으로 사실상 환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 높으면 차익 실현

자금이 크게 줄어든 펀드는 대부분 지난해 수익률이 좋은 대표 펀드였다. 펀드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빠지자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서 차익 실현이 일어나고 이것이 다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유입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퇴직연금펀드는 ‘한국투자퇴직연금1’펀드(-232억원) ‘신영퇴직연금배당40’펀드(-290억원) ‘KB퇴직연금배당40’펀드(-157억원) 등에서 자금이 많이 빠졌다. 모두 퇴직연금계의 대표 펀드들로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연금저축펀드에서는 ‘삼성클래식인덱스연금증권’펀드(-60억원)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연금’펀드(-19억원) 등에서 유출됐다. 각각 지난 1년간 수익률이 연 7.73%, 5.53%로 우수하다. 이 역시 차익 실현 요인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상품이 있다. ‘트러스톤장기성장40퇴직연금’펀드(172억원) ‘삼성퇴직연금배당40’펀드(155억원) ‘키움퇴직연금코어밸류40’펀드(91억원)에는 뭉칫돈이 들어왔다. 연금저축펀드는 지난해 유망 상품으로 꼽힌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펀드(90억원)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펀드(36억원)와 ‘신영밸류고배당’펀드(P클래스, 39억원) 등에 자금이 몰렸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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