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로 미국 산업 보호해야"
'중국 때리기' 본격화 예고
한·미 FTA 재협상 요구할 듯
[ 이상은 기자 ]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협상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의 차기 수장으로 대표적 보호무역주의자인 로버트 라이시저 전 USTR 부대표(사진)가 내정됐다. 이에 따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내정자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을 관철하기 위한 3각 체제가 구축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3일(현지시간) USTR 대표에 라이시저 전 부대표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성명에서 “라이시저는 많은 미국인이 번영하지 못하게 만든 실패한 무역정책을 되돌리는 데 뛰어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라이시저는 미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부문을 보호하는 합의를 타결한 폭넓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시저 내정자는 미 상원 재무위원회 수석보좌관으로 일했으며,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서 20여개 양자 무역협정에 참여했다. 당시 일본과 격렬한 통상 분쟁을 벌여 이름을 날렸다. 1980년대 말 민간 부문으로 옮겨 미국 최대 로펌 중 하나인 스캐든 압스에서 통상법 전문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미국 철강산업을 대변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 1996년 밥 돌 전 상원의원이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 그를 지원하기도 했다.
라이시저는 보수적인 공화당에서도 보호무역주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인물이다. 단순한 자유시장 선호만으로는 국가의 이익을 지킬 수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는 2008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자유무역주의자들이 도그마에 빠져 있다”며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잃는지, 무역적자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떨어지는지는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라이시저는 외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미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1년 워싱턴타임스 기고에서 “현대 보수주의자의 아이콘인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일본산 철강에 과감히 관세를 부과해 미국 철강산업을 지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FT는 라이시저가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한 대로 중국과의 ‘불공평한’ 무역을 시정하고, 캐나다·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라이시저 내정자는 이날 “나는 미국인 노동자를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라는 트럼프 당선자의 임무에 전적으로 헌신해 모든 미국인에게 혜택을 주는 더 좋은 무역협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행동대장’ 노릇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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