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생활경제부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얘기를 연거푸 쓰는 이유가 있다. 기자들은 출입처를 바꿀 때마다 ‘발견’이란 걸 한다. 그게 인물일 때도 있고, 기업이나 정부 부처일 경우도 있다. 작년 유통 식품 쪽에서 발견한 경영자가 정용진이다.
<말머리에 대한 해석>
그는 오늘 아침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한 장 올렸다. 자신의 상반신 사진에 말머리를 얹어놓았다. 요즘 유행하는 합성이다. 그는 사진에 “굿머닝 말”이라고만 달았다. 어떤 사람은 유쾌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상하다고 했다. 전반적인 평가는 유머스럽다는 것이었다.
왜 정용진은 이 사진을 올렸을까. 눈길은 끈 것은 그가 해석은 인스타그램 팔로어의 몫으로 남겨놨다는 것이다. 해석은 다양했다. 요새 하루종일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관련된 말타는 화면이 많이 나와서 올렸다는 사람도 있었다. 과음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단 사람도 있었고, 부자들은 모두 말상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따듯함에 다가가는 방법>
정용진은 기존에 보던 오너와 다르다. 자신의 공간을 사람들의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 이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1600명이 넘는다. 정용진은 붙어 있는 댓글에는 답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마치 친구에게 말을 걸듯 글을 남긴다. 정용진은 사람들 속에 있는 CEO이자 미디어라고 평가할 만 하다.
또 얼마전 썼던 따듯함과 유능함(의 기준으로 보면 정용진은 이미 따듯함에는 다가간 듯 하다.
<코스트코만 남은 한국시장>
정용진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았던 것은 코스트코 창업자 짐 시네갈에 대한 강한 인상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라고 해야할까.
한국에 들어왔던 글로벌 할인점들은 모두 철수했다. 월마트, 까르푸는 이마트에 밀려 한국시장에서 쫓겨났다. 유럽의 거물 테스코도 한국을 떠났다. 코스트코는 다르다. 지금도 줄을 선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그들이 줄을 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코스트코 창업자의 철학이 한국에도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는 게 포인트다.
<월스트리트가 싫어한 CEO>
코스트코를 창업한 시네갈은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철강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첫 직업은 대형마트 잡역부였다. 매트리스 하역으로 시작해 세계적 기업을 일궜다.
그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싫어하는 CEO’로 유명하다. 이익상한선이란 걸 도입했다. 영업이익률이 일정한 %를 넘지 못하게 만들었다. 소비자들에게 더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제공하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와 상당히 친한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스타벅스 커피를 왜 코스트코에서는 안파냐”고 항의한 일은 유명하다. 시네갈은 “그러면 다른데서 파는 것보다 훨씬 싸게 팔던가”라고 답했다. 결국 그의 재임기간 스타벅스는 팔지 않았다.
<철학있는 CEO>
그는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Jim’이라고 쓰인 이름표를 달고 다녔다. 고객들의 전화도 직접 받았다. 코스트코 임금은 미국에서 월마트보다 훨씬 높다. 그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그들이 더 열정적으로 코스트코를 고객들에게 광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산층이 많아야 코스트코 고객이 늘어나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높은 임금을 유지하는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인이 재직할 때 연봉은 경쟁업체보다 훨씬 덜 받았다. 35만달러 정도였다. 경쟁업체 CEO의 3분의1 수준이었다. CEO연봉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고 한다.
기업가정신이란 참 묘하다. 그의 창업정신은 미국에만 머물지 않았다. 상품을 통해 알게 모르게 한국 소비자들에게까지 전달된 것은 아닐까. 따듯함과 유능함을 동시에 증명한 사람이 시네갈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철학이 있는 CEO, 오너가 보고 싶다. (끝)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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