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D램값 폭등
노트북·스마트폰 수요 느는데 공정 미세화·공장 신설 더뎌져
공급량 제한 속 가격 큰폭 올라
삼성·SK하이닉스 '함박웃음'
삼성 반도체 영업익 19조 예상…SK도 5조 후반대 벌어들일 듯
[ 김현석 / 박재원 기자 ]
“값은 달라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물건만 주시오.”
한 해외 정보기술(IT)업계 최고경영자가 작년 말 국내 반도체 업체를 찾아와 한 말이다. D램 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으로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공급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노트북 스마트폰 서버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양사 합계 25조원이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D램 공장 크게 안 늘어
D램업계는 끊임없이 공정 미세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이익을 내 왔다. 예를 들어 21나노미터(㎚) 공정을 18㎚ 공정으로 바꾸면 한 장의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수가 30%가량 증가한다. 또 회로 폭이 줄면서 전자 이동이 빨라져 성능은 좋아지고 전기 소모도 줄어든다. 신제품은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기존 제품은 가격이 떨어진다. D램 업체가 새로 공장을 짓고 미세화 경쟁을 펼치면서 반도체 가격은 매년 평균 30% 이상 떨어졌다.
2012년부터 상황이 돌변했다. 파산한 일본 엘피다가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돼 ‘메모리 치킨게임’이 종결되면서부터다. D램업계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세 개 메이저만 남았다. 이들은 무리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2010년 이후 D램 공장 신설은 삼성전자는 2011년 경기 화성 16라인, 2014년 화성 17라인 등 두 개, SK하이닉스는 2015년 이천 M14를 지은 게 전부다. 일본 도시바와 미국 인텔, 중국 칭화유니까지 7개 업체가 앞다퉈 공장을 짓고 있는 낸드플래시와는 다르다.
이는 수요와도 관계가 있다. D램 시장의 수요는 매년 15~20%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연평균 40%씩 성장하는 낸드에 비해 증가율이 낮다. 업계 관계자는 “10~20%대 증가율이라면 공정 미세화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 미세화도 힘들어졌다. 미세공정 기술이 10㎚대에 진입하면서 개발 속도가 확연히 더뎌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몇 년 전까지 D램 다음 공정 개발 기간이 통상 1년 정도였다. 하지만 25㎚에서 21㎚로 넘어갈 땐 약 2년이 걸렸다. 그만큼 난도가 높아져서다. 공정 미세화가 느려지면 생산량 증가 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비도 대폭 늘었다. 10년 전엔 5조원이면 새 공장을 지었지만 최근 신설되는 공장엔 최소 15조원이 투입된다.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해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D램은 이제 추가로 투자해봐야 실익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하이닉스 최대 이익 기대
D램 DDR4 4Gb(512M8, 2133㎒) 가격은 2015년 말 1.81달러에서 지난해 6월 말 1.31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시황이 변하며 작년 말 1.94달러로 올랐다. 올 1분기에는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공급량 증가 제한뿐 아니라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D램업계는 PC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PC D램 생산을 줄였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윈도 10 출시(윈도 XP 지원 중단) 효과 등으로 노트북 수요가 늘었다. PC D램 값이 작년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30%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단종되자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삼성의 공백을 노리고 대대적으로 신제품 생산에 나섰다. 이 때문에 모바일 D램 값도 작년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D램 용량도 2~3년 전 1~2GB에서 최근 8GB까지 늘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영업이익 19조원가량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13조원)보다 50%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3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SK하이닉스도 올해 5조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D램 영업이익률이 40% 중반에 이를 전망”이라며 “한 해 동안 전체 영업이익 37조8000억원 중 절반인 18조9000억원을 반도체 부문에서 벌어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50%, SK하이닉스는 2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김현석/박재원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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