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손발 안 맞는 대중 사드외교

입력 2017-01-0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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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다 얼마 전 한국으로 복귀한 정부부처 고위관료 A씨는 작년 이맘때쯤 사석에서 “중국은 중요 대외 현안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목소리를 낸다”고 말했다. “특정 이슈가 있으면 장관급부터 해당 부처 과장급까지 철저하게 역할 분담을 해서 체계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A씨의 지적이었다.

지난 4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며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문득 A씨의 1년 전 말이 떠올랐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민주당 의원단의 이번 방중에 대해 ‘사대주의 외교’라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양국이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경제 보복 조치를 철회해 달라고 ‘구걸’했다는 것이다. 이번 방중단을 이끌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중국의 경제 보복조치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양국 정부 당국자 간 정상적인 대화 채널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원 외교를 통해서라도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과연 이런 식의 대응으로 중국과의 외교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베이징에 있는 한국 기업인 사이에선 중국 정부는 이미 작년 7월 한국 정부가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을 발표한 이후 모든 부처가 나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했고, 현재까지 철저하게 그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반면 한국의 대응에는 어떤 시나리오나 전략, 역할 분담도 없는 것 같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단이 중국을 방문하기 불과 하루 전인 지난 3일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는 한국 기업인들과의 신년 인사회 자리에서 “사드 배치는 이미 상수”라고 못박았다. 대중(對中) 외교의 최전방에 있는 주중 한국대사와 제1야당을 대표해 중국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이 하루 새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중국 정부는 그 틈을 정확하게 파고든 것이다.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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