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
최순실 "억울한 부분 밝혀주길"
안종범 "3자 공모 사실 아니다"
정호성 "태블릿 관련 증인 신청"
[ 이상엽/구은서 기자 ]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들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지만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5일 오후 2시10분 417호 대법정에서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최씨 측은 지난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이날도 혐의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 및 안 전 수석과 3자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을 공모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모관계가 입증되지 않자 대통령을 공모관계 중개인으로 넣어 법률적으로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는 양 재단 설립 때부터 법정에 있는 이 순간까지 금전 등 어떤 이익도 취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최씨 역시 “억울한 부분이 많아 밝혀지길 원한다”며 혐의를 사실상 부인했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도 3자 간의 공모사실을 부인하며 “박 대통령의 취지와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재판부가 “변호인과 상세히 상의하고 부인한 것이 맞는가”라고 묻자 안 전 수석은 “맞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하면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문제삼으며 구체적인 의견 제시는 다음 재판으로 미뤘다. 변호인은 “정 전 비서관과 의견 정리가 돼가는 와중에 특검의 구치소 압수수색이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했다”며 “이는 명백한 변론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주인 논란이 큰 태블릿PC와 관련해선 JTBC 기자 2명에 대해 증인 신청을 했다.
재판 내내 검찰과 변호인들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신경전이 오고 갔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고 검찰 측이 준비해온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통해 공소사실 설명을 시작하자 이 변호사가 끼어들어 “첫 공판에는 공소사실의 요지를 얘기하는 걸로 충분하다”며 “증거 조사를 통해 사실이 입증도 되기 전에 사실인 양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어 공정성이 저해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이 “고영태 씨가 태블릿PC를 검찰에 제출했다는데 이후 처리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검찰은 “해당 증거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이었는데 검찰이 조사한 걸 무조건 알려달라는 식의 부탁은 20년 검사 생활 동안 처음 듣는 얘기”라며 반박했다.
이상엽/구은서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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