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미/이유정 기자 ] 정부가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신탁’을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의 한 축으로 키우기 위해 전면적 제도 손질에 나선다. 이를 통해 수탁재산 범위를 넓히고 유언신탁 등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 출시를 유도할 계획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종합신탁 등의 업무 범위가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아 일본 등 다른 나라들처럼 신탁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새해 업무 보고’에서 금융업권의 경쟁력 제고 방안 중 하나로 신탁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탁은 개인, 법인 등으로부터 금전 및 기타 재산을 위탁받아 지정된 수익자(위탁자 및 제3자)를 위해 일정 기간 재산을 맡아 운용·관리해주는 업무로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이 신탁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10월 금융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신탁제도 개선을 위한 업계 의견 등을 청취, 올 하반기께 구체적인 개편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신탁업의 역할 확대와 신탁제도에 대한 전면적 손질을 예고했다. 자본시장법 등에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 신탁업이 국민 재산 증식수단 및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등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2012년 종합신탁을 허용하는 내용의 신탁법은 개정됐지만 업계 ‘행동지침’이 되는 자본시장법에는 이 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우선 수탁재산 범위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들어 있는 신탁 가능한 재산은 △금전 △증권 △채권 △동산 △부동산 △부동산 권리 △지식재산권 등의 무체재산권 등 7가지로만 규정돼 있다. 금융위는 이처럼 열거된 재산 외에도 금전적 가치가 있는 재산 등도 신탁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현재 수탁자가 위탁자의 유언장 없이도 신탁계약을 통해 생전 또는 사후 재산을 관리해주는 ‘생전신탁’이나 유언장 작성·보관·사후 상속 업무를 대행하는 ‘유언신탁’ 등 분야에서도 금융투자업계가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신탁은 기업의 자금조달 및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법인은 사업부문 일부만 떼어 ‘자기신탁’으로 설정한 뒤 별도로 유동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신탁자산에 대해서만 특수목적회사(SPC)를 꾸려 수익증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는 이 같은 신탁의 활용도가 높지만 현재 제도상으로는 실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법 개정 등을 통해 활용범위를 확대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상미/이유정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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