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유커 8000명 북적
월드타워점 "올 매출 1.2조"
[ 강영연 기자 ]
“신입사원으로 처음 출근할 때보다 더 설레고 기뻤어요.”
5일 서울 신천동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만난 김희경 롯데면세점 대리는 “일을 못하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다시 문을 열어 정말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 대리는 작년 6월26일 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은 뒤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3개월간 일하다 10월부터는 휴직 상태로 지내왔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이날 193일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입점업체 매장 직원을 포함해 1000여명이 직장을 되찾았고, 350여개 협력사가 거래처를 회복했다.
◆직원들의 마음가짐 달라져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폐점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없어 보였다. 개장 첫날이지만 갖춰진 제품과 서비스 등에서 부족한 점이 없었다. 사업권 획득이 확정된 지난해 12월17일 이후 200여명의 직원이 주말과 공휴일에도 출근해 준비한 덕분이라고 롯데면세점 측은 설명했다.
350여개 브랜드가 이날 영업을 재개했고, 중국인 관광객(유커)도 북적였다. 화장품 브랜드 후, 입생로랑 매장 앞엔 계산을 하려는 유커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VIP라운지 등 휴게공간엔 커다란 쇼핑백을 몇 개씩 들고 있는 유커도 많았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이날 월드타워점을 찾은 중국인 단체관광객만 5000여명, 개별 관광객 등을 더하면 8000명이 넘었다. 한국 여행만 네 번째라고 밝힌 중국인 관광객 린모씨는 “한국 화장품을 사고 싶어 월드타워점을 찾았다”며 “다른 면세점과 비교해 매장도 넓고 휴게공간도 잘돼 있어 쾌적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매장은 그대로지만 6개월 만에 직장을 다시 찾은 직원들의 마음가짐은 달라져 있었다. 김 대리는 “일터와 동료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세계 최고의 면세점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입점업체 직원들도 웃음을 되찾았다. 고려인삼에서 판매직원으로 일하는 현영아 씨(48)는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은 뒤 일자리를 찾지 못해 맘고생을 하다가 이번에 복귀했다. 현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다른 곳에 가면 되겠지만 나이가 많은 직원들은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며 “몇 달간 쉬면서 마이너스통장을 쓸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는데 다시 일할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셋방살이 브랜드 제자리로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으면서 매장을 잃었던 중소기업 브랜드도 제자리를 찾게 됐다. 월드타워점에만 입점해 있던 CMS랩, 아이소이, 듀이트리 등 9개 브랜드는 그동안 소공점에서 ‘셋방살이’를 해왔다. 화장품 브랜드 CMS랩의 이미현 매니저는 “소공점으로 옮기면서 매장 매출이 50% 넘게 줄었다”며 “월드타워점에 다시 단독매장을 연 만큼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상반기 타워동 개장에 맞춰 월드타워점을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입점 브랜드도 700여개 이상으로 늘려 올해 매출 1조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2015년 월드타워점 연간 매출(6000억원)의 두 배 규모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주변의 문화관광자원과 연계해 세계 유일의 원스톱 관광·쇼핑 인프라를 구축하고 동북아 관광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