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이날 오전 언론에 보낸 사과문을 통해 “천호식품의 창업자이자 회장으로서 많은 분들께 큰 실망을 드린 데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회사 등기이사와 회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천호식품과 관련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천호식품은 내외부 전문가들로 경영혁신위원회를 꾸리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식품은 최근 일부 홍삼 원료 제조업체로부터 물엿, 캐러멜 색소, 치커리 농축액 등 가짜 홍삼 원료를 구입해 제조·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회사 측은 지난 3일 공식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이라는 제목으로 “지속적으로 까다롭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해왔으나 원료 공급업체가 의도적으로 미세량의 혼합물을 섞는 경우는 성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글을 올렸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정직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회사가 가짜를 팔아놓고 남 탓만 하고 있다”며 불매운동과 검찰 압수수색 서명운동을 벌였다.
김 회장은 1차 사과문 게재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외부업체의 원료생산과정 또한 철저하게 검수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원료 검수로 인해 물엿과 캐러멜 색소가 첨가된 홍삼농축액이 사용된 제품을 ‘100% 홍삼 농축액’으로 표기 기재해 제품을 판매하는 큰 잘못을 범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모든 제품에 최고의 품질을 담겠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라며 “문제가 된 제품은 신속하게 전량 폐기하고 이미 판매된 제품은 조건 없이 환불 및 교환조치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1984년 천호식품을 창업했다. 건강보조식품을 지속적으로 만들던 천호식품은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5년 기준 연매출 670억원을 달성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광고에 출연해 “남자한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사임 결정이 기업공개(IPO)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천호식품은 2012년부터 코스닥 상장 준비를 해왔다. 최근 2년간 천호식품(상해)무역유한공사를 비롯해 천호바이오, 천호쇼핑 등 계열사 실적이 부진하면서 답보 상태에 놓였다. 당기순이익도 2014년 60억원 안팎에서 지난해 13억원으로 떨어졌다. 천호식품은 또 2015년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서 2018년 말까지 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2014년부터 2세 경영인인 김지안 대표이사 체제를 굳혀온 만큼 회장의 사임이 경영 전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천호식품 관계자는 “회장의 사임과 관계없이 IPO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김지안 대표이사가 경영혁신위원회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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