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7] 안철수, 기자들과 낯 뜨거운 상황 연출…무슨 일이?

[ 이진욱 기자 ] "안철수 지금 벤츠 부스에 있어요"

현지시간 6일 오후 5시 20분. 동료가 취재원의 동선을 알려줬다. 그럼에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내 한국 기자실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역만리 라스베이거스까지 차기 대선주자가 왔는데도 기자들은 냉정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선 사장단에게 그리 부지런히 따라붙던 그들이 말이다.

"안철수 유레카파크로 왔네요"

또 한번의 울림에 한 여기자는 "휴, 왜 또 온거지. 정치하러 멀리도 오셨네"라며 혀를 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무관심은 낯 뜨거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안 전 대표 측이 한국 언론에 브리핑을 제안했지만 참석 기자가 대여섯 명에 불과한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CES 2017' 취재를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온 기자는 60명 정도다.

그럼 기자들 중 열에 아홉은 왜 안 전 대표를 외면한 걸까.

일단 취재거리로 영양가(?)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안 전 대표의 동선이 쏟아지는 공식 행사들과 겹치기도 했고, 연중 최대 전자·IT 행사까지 와서 굳이 정치인 한 명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이미 대선주자에서 밀려난 듯한 안 전 대표에게 관심 두기가 쉽지 않았던 게 정답이다.

안 전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올해 1월 2~4일 3일간 전국 유권자 1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월 1주차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주중집계 결과에서 안 전 대표는 이재명 성남 시장(10.2%)에 이어 4위(6.7%)를 기록했다. 28.5%를 기록한 1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당내 입지도 좁아졌다. 안철수 전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이후 한동안 당에서 개최하는 각종 행사에 불참하며 칩거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29일 치러진 선거에서 호남 중진 주승용 의원이 안철수계 김성식 의원을 꺾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동료기자는 "정치적으로 잘 안 풀리는 상황에 지금까지 쌓아온 IT(정보기술) 리더 이미지는 챙겨야겠고…재작년에도 참가했던 CES이니 칩거 후 재기 무대로 딱 좋았을 듯 하다"며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CES뿐 아니라 작년 9월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에도 참석하면서 첨단 IT 기술을 선도하는 리더 이미지를 쌓아왔다.

안 전 대표는 CES 2017 참관을 마치고 7~8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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