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자율주행기술 융합은 '트렌드'
[ 안혜원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로를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타고 달렸다. 현대차의 전기차인 아이오닉에 자율주행기술을 결합시켰다. 운전석에 앉은 정 부회장은 핸들을 잡는 대신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살폈다.
정 부회장이 4일(현지시간) 현대차 프레스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위해 무대로 오르기 전 영상에서 공개된 모습이다. 이날 정 부회장은 현대차의 미래 비전을 '친환경, 이동의 자유, 연결성'으로 제시했다. 미래 기술 개발 방향을 '친환경차'와 '자율주행기술'의 결합으로 잡은 것이다.
아이오닉 뿐만이 아니다. 쉐보레 볼트, 닛산 리프, 테슬라 모델S 등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전기차에는 이미 자율주행기능이 탑재됐거나 될 예정이다. 전기차와의 접목이 자율주행기술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업체들은 왜 자율주행기술을 '전기차'에 탑재할까. 세계 친환경차 시장 규모(2015년 기준)는 233만9858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8952만884대)의 약 2.6%대에 불과하다. 아이오닉 또한 지난해 현대차 전체 내수 판매량 중 약 1.6%에 그쳤다.
업체들은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1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20년 1009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폭스바겐 게이트 이후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자동차 연비 및 배기가스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최근 자동차 업체들의 신규 개발 플랫폼을 전기차로 삼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가장 최신의 플랫폼에 자율주행이라는 최신 기술을 탑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케팅 효과도 있다. 자동차 산업의 대표적 미래기술 트렌드로 떠오른 친환경차와 자율주행기술의 융합이 홍보 효과를 갖는다는 것.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율주행기술은 양산화 수준은 아니다. 업체들의 자율주행 시연은 차량 판매보다는 기술 발전 홍보 수단"이라며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는 미래기술로 함께 떠오른 친환경차에 탑재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 각인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 전기차·자율주행기술 시너지 효과 크다
공학자들은 기술적 측면에서 친환경차 플랫폼이 자율주행기술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자율주행기술은 전기 에너지로 작동한다.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 에너지가 풍부한 친환경차가 기술 양산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전기에너지 변환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량이 많은 내연기관차보다 전기 모터가 기반이 되는 전기차가 자율주행기술과 더 잘맞는다"라고 설명했다.
친환경차 플랫폼 구조가 단순하다는 점도 자율주행기술에 유리하다. 기존 내연기관차들은 연료를 이용해 기계적 엔진을 구동시키는 기술로 움직인다. 파워트레인의 부품의 수가 많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복잡한 하드웨어를 제어하려면 소프트웨어(SW) 기술인 자율주행 시스템 또한 복잡한 구조를 가지게 된다. SW의 명령을 기계식 장치에 전달을 하는 구조상 유기적 통제도 어렵다. 이런 한계점은 자율주행기능 오류 가능성을 높인다. 탑승자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전기차의 구조는 단순하다. 부품은 배터리와 모터만 있으면 된다. 배터리에서 바퀴 축으로 동력을 직접 보내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는 SW 명령을 변환없이 바로 모터 제어장치에 전달할 수 있어 더 빠르고 정확하게 기술 제어가 가능하다"면서 "부품 구조가 단순해 오류 발생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부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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