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선서 개혁파 타격 예상
[ 박진우 기자 ] 이란 이슬람혁명 1세대이면서 중도·개혁파와 손잡고 개방의 구심점이 돼온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82세.
블룸버그통신은 이란 국영방송(IRIB)을 인용,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별세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의 이슬람혁명 동지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성명에서 “59년 전부터 우정을 나눠온 동지이자 협력자를 잃어 가슴이 미어진다”고 애도했다.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함께 1979년 초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를 도와 이란혁명을 성공시켰다. 이후 의회·정부 수장을 모두 거치면서 정치적 사안에 따라 중도·개혁파와 손잡는 실용적 노선을 걸어왔다. 1980년부터 9년간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을 지내면서 호메이니를 설득해 이란·이라크 전쟁을 휴전으로 이끌었다. 1989~1997년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해외에 문호를 개방하는 등 개혁을 주도했다. 여성 인권 향상에 힘을 기울이고, 이슬람법에 근거한 극형을 반대하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1989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최고지도자를 보좌하는 국정조정위원회 의장을 맡았고, 2007~2011년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실용적 중도파로 분류되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 당선에도 크게 기여했다.
오랜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이란 지도부에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타계는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부재로 이란 정치권의 극단적 반미 성향이 강화될 것”이라며 “개혁파의 정치적 버팀목이 사라진 셈이어서 오는 5월 대선을 앞두고 이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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