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형·고급화 경쟁] 와인바·도서관에 공연장까지…"투자도 좋지만 일단 편안하게 쉬세요"

입력 2017-01-09 17:33  

'큰손' 유치 승부수
세무·부동산 등 전문인력 상주
자산관리 토털서비스 제공

'전광판 객장'은 가라
하나금투, 신인작가 미술품 전시
신영증권, 클래식·뮤지컬 공연
한투증권, VIP에 인문학 강연



[ 최만수/나수지 기자 ]
대형화 못지않게 점포 고급화 바람도 거세다. 와인바는 물론 도서관 카페 갤러리에 클래식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소형 극장까지 갖춘 증권사 점포도 생겼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가미한 복합 문화·휴게 공간을 조성해 고액 자산가들이 오랜 시간 편하게 머물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세무·회계·부동산 상담까지

9일 서울 을지로 2가에 있는 삼성증권 강북금융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뉴욕 런던 시드니 등 세계 각국의 도시 이름이 적힌 10개의 상담실이 보인다. 미술품 등으로 고급스럽게 꾸민 상담실에서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 태블릿PC를 통해 고객에게 자산운용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다른 방에서는 세무 전문가가 절세를 위한 상담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일반 점포보다 10배가량 많은 100여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점포 면적도 두 배 이상 넓다. 복도 끝에는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연장도 마련돼 있다. 이달에는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등 유명 투자전문가가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객 반응도 좋다. 세무·회계·부동산 등의 종합 금융서비스를 한자리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입체적으로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이 머무는 시간도 늘었다. 심재은 강북금융센터장은 “최근 3시간 이상 머무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PB와 전문가가 한곳에 모여 있다 보니 시너지가 커진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전광판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객장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시세전광판을 철거하고 명동으로 본사를 옮긴 대신증권은 신사옥 5층에 2만여권의 장서를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과 카페테리아 접견실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을 마련했다. 임규목 홍보실장은 “문턱을 낮추기 위해 거래관계가 없어도 누구나 들어와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개방했다”고 말했다.



돈 얘기는 나중에

신영증권도 대신증권이 나간 자리에 종합문화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원종석 부회장의 지휘 아래 250여억원을 투입해 본격적으로 새 단장에 나섰다.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쓰타야 서점’을 벤치마킹해 책방, 카페, 구두수선점, 공연장 등을 한 공간에 들일 예정이다. 70~90여석 규모의 극장에서는 클래식 뮤지컬 등을 공연할 계획이다.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 등 소규모 공연장을 둘러보며 벤치마킹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청담동의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는 고급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08년 문을 연 이곳은 전문 음향시설과 스크린, 와인바 등을 갖춰 고액 자산가의 ‘사랑방’으로 유명하다. PB들이 자신의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와인 시음회를 열기도 하고 신인 작가의 미술 작품도 전시한다.

청담금융센터가 고객 자산을 8년 만에 20배가량으로 불리며 크게 성공하자 인근 경쟁사도 앞다퉈 고급화에 나섰다. 한화투자증권은 2012년 청담동 갤러리아지점의 디자인을 미국 유명 디자인 컨설팅사 아이디오(IDEO)에 맡겨 세련된 공간을 꾸몄다. 하나금융투자는 청담금융센터를 오는 6월 삼성동의 7층 규모 건물로 이전해 대형화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도 2007년 이후 9년 만에 여의도 본사 1층을 새로 단장했다. 지난달 19일 첫선을 보인 이곳에 VIP라운지를 만들고 종합 상담을 받을 수 있는 4개의 방을 마련했다. 각 방은 고급 미술품 등으로 꾸몄다. 이 회사는 올해 VIP 고객을 대상으로 와인 강좌, 인문학 강연 등을 늘릴 계획이다.

최만수/나수지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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