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살 '베테랑 골퍼'라고요? 일본 투어 '루키 우승' 배수진 쳤어요"

입력 2017-01-09 17:35  

도전 2017! (6) JLPGA 진출하는 '필드의 모델' 윤채영

Q스쿨 통과 풀시드 확보…국내 투어 13년차 '늦깎이'
"신인 마음으로 다시 시작"

"한국 대표 미녀 골퍼 온다"…일본 팬들 벌써부터 '시끌'

하루 4시간 이상 체력 훈련…비거리 늘리기 등 '구슬땀'



[ 이관우 기자 ] “그렇게 관심이 클 줄은 몰랐어요. 현지 협회에 팬레터가 쌓였으니 빨리 와서 가져가라고 하더라고요. 호호.”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화골프단 사무실에서 만난 윤채영 프로(30·한화). 올 시즌 주 활동 무대를 일본으로 옮기는 그는 현지에서 불붙은 인기가 실감나지 않는 듯했다. 그는 “지난해 말에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하자마자 일본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는데,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튿날 일본 주요 골프매체들은 ‘한국 대표 미녀 온다’ ‘필드 위의 모델 일본 입성’ 등의 기사를 대거 게재했다.

윤채영은 지난달 초 2016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Q스쿨 최종전을 5위로 합격해 올 한 해 38개 전 경기를 모두 뛸 수 있는 풀시드를 손에 쥐었다.

“프로 13년차에 투어를 옮기는데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어서 그런지 뭔가 기대되는 부분이 더 큰 것 같아요.”

윤채영은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1승을 거뒀다. 그를 아끼는 ‘아재팬’들의 두터운 관심 등 유명세에 비해선 다소 아쉬운 성적. 그는 “자신감이 있었고, 기술적인 면도 나쁘지 않았는데 두 번째 우승을 빨리 해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랬는지 막판에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래도 부상 없이 10년 넘게 골프를 한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윤채영은 실제 ‘꾸준한 골퍼’의 정석으로 통한다. 2005년 프로가 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드를 놓쳐본 적이 없다. 골프패션업계에선 ‘영입 후보 1순위’로 그를 꼽는 이가 많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옷맵시가 좋아서다. 후원사와의 연장계약도 문제없이 성사된 터다. 왜 지금 일본일까.

“솔직히 꼭 가야겠다는 생각보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한국에선 나이나 성적으로나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었고요.”

‘베테랑’이란 수식어가 자꾸만 어색해질 무렵 초청선수로 가본 일본은 달랐단다. 그는 “30대 이상 베테랑 골퍼가 워낙 흔하다 보니 눈에 띄지 않게 골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히려 그를 알아봐주는 갤러리가 늘어나면서 오랫동안 잊고 살던 ‘응원 에너지’와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힘 빼고 치니 성적도 잘 나왔다. 그는 지난 4월 JLPGA투어 야마하레이디스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최종 라운드에서 신지애(29)와 이지희(38) 등 한국 선수들에게 역전을 허용해 3위에 머물렀다. 우승 못지않은 강렬한 기억이다.

“한국이 치열한 전쟁터 같다면 일본은 좀 더 축제 같은 느낌이랄까. 선수들의 개성 강한 스윙과 파이팅 넘치는 경기 스타일을 보는 것도 재밌고, 어쨌든 좀 더 여유있게 골프가 되니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많아지고 그랬어요.”

그래도 ‘늦깎이’ 일본 진출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가장 큰 관건은 체력. 그는 요즘 해외 전지훈련을 가는 대신 서킷트레이닝과 달리기 등 하루 4시간의 체력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참에 아쉬웠던 드라이버 비거리도 250야드 이상으로 10야드 정도 더 늘릴 계획이다.

올해 목표는 일단 투어 1승이다. 이보미(29) 신지애 안선주(30) 등 현지 투어를 지배하고 있는 ‘필드 퀸’들을 제압해야만 가능한 일이니 벌써부터 첩첩산중이다.

“배수진을 쳐야죠. 일본에서 망가지면 제가 또 어딜 다시 가겠어요. 이게 마지막 승부인데…. 우승컵 들고 꼭 다시 올 거예요.”

"퍼팅은 길든 짧든 리듬·템포 일정해야 거리감(感) 생겨"

윤채영의 원포인트 레슨

“아마추어 골퍼의 가장 큰 문제는 어쩌면 일관성 부족인지도 모르겠어요.”

프로 생활만 13년차이니 아마추어와 골프경기를 하는 프로암 대회만도 수백 번은 경험했을 터. 그에게 비법 하나만 알려달라고 하자 “기본으로 돌아가면 해답이 보인다”며 “기술이 문제라기보다 너무 이랬다저랬다 하는 변덕이 더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퍼팅이다. 어떨 때는 힘으로 퍼팅 거리를 조절했다가, 다시 백스윙 크기로 거리를 맞추는 등 오락가락하는 것은 물론 발을 벌리는 너비도 그때그때 다르고, 공을 놓는 위치나 그립을 잡는 손의 위치도 18홀 내내 다 다르게 하는데 어떻게 정확한 방향성과 거리감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무엇보다 롱퍼팅과 쇼트퍼팅에서 스트로크의 일정한 리듬과 템포를 주문했다.

“롱퍼팅은 하나~둘~셋이란 리듬과 템포로 하고, 쇼트퍼팅은 하나~둘 이렇게 다르게 하면 거리감도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짧고 만만한 거리라도 꼭 일정한 리듬을 타겠다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퍼팅이 확실히 좋아집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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