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알리바바 마윈 "미국에 5년간 100만개 일자리"

입력 2017-01-10 02:28   수정 2017-01-10 08:49

중국 최대 쇼핑몰 타오바오 등을 보유한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앞으로 5년간 미국에서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약속한 5만개보다 훨씬 ‘통 큰’ 공약이다.

CNBC에 따르면 마 회장은 9일 오전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자를 만났다. 마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CNBC 측에 마이클 에번스 알리바바 그룹 대표가 두 사람의 회동을 주선했다고 전했다.

○미·중 통상분쟁 ‘중재자’ 나선 마윈

마 회장과 트럼프 당선자의 전격 회동은 최근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그동안 중국 위안화가 지나치게 평가절하돼 있으며 중국으로 인해 미국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45% 고율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트럼프는 또 통상 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3개 포지션인 상무장관 자리에 윌버 로스 WL로스앤드컴퍼니 회장, 신설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자리에 피터 나바로 UC어바인 교수,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자리에 로버트 라이시저 전 USTR 부대표를 각각 내정했다. 3명 모두 무역관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보호무역주의적 기조를 가진 인물들이다. 특히 나바로 교수와 라이시저 부대표는 반중(反中)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표현해 왔다.

트럼프는 아울러 당선 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대통령)과 10여분간 통화함으로써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는 중국 매체들이 연일 트럼프 때리기에 나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윈, “트럼프 반중노선 걱정 안해”

이런 상황에서 마 회장이 1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마 회장이 미·중 양국 정부 간 격화되는 갈등을 중재하는 ‘민간사절’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마 회장은 지난해 CNBC에 트럼프의 중국 적대적인 행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누군가 일어나서 그에게 ‘여봐, 우리는 반(反) 무역적일 필요가 없어’ 라고 말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에게 적당한 거래를 하자고 제안하면 그가 받아들일 거라는 확신이 마 회장에게는 있었던 셈이다.

알리바바는 금융 서비스에서 전자상거래, 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미국과도 다양한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면 나쁜 거래가 아니다. 게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알리바바가 지분 47%를 가지고 있는 차이니아오 네트워크의 회계 문제를 조사 중이다. 미국 통상 당국은 짝퉁 제품의 판매 문제로 타오바오를 여러 차례 비판해 왔다.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투자로 알리바바가 향후 대미 통상분쟁에서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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