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혁신을 불어넣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항만배후단지’가 각광받고 있다. 세계 각국은 항만배후단지를 국제 물류의 주도권 확보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해양물류시장은 2013년 기준 4조달러에서 2020년 8조달러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주요 배후단지를 복합물류거점으로 조성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도 이런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초대형 얼라이언스 주도의 선박 초대형화와 FTA 발효에 따른 무역구조 변화, 크루즈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 등으로 항만배후단지 개발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크루즈관광객 규모는 2020년까지 연평균 22% 증가해 352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른 마리나 항만 개발 수요는 2019년 9400척에서 2029년 1만4920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도 항만을 물류.조립.가공.제조업이 집적된 항만 기반 산업클러스터로 활용하기 위해 단순 창고업 위주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항만물류산업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추진 중이다.
■부산 북항 등 항만재개발 본격 추진
해양수산부는 올해 사업계획을 통해 마리나·크루즈 산업 육성과 함께 항만 재개발 등을 통해 올해 최소 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10일 발표했다.
해수부는 부산 북항, 광양 묘도, 인천 영종도, 인천 내항, 동해묵호항, 거제 고현 등 6개 항만 재개발사업에 올해 3조7000억원을 투입해 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세계적인 해양관광ㆍ문화 중심지로 재개발하는 부산 북항에는 환승센터(4682억원)와 지하차도(2314억원), 공연장(2115억원), 보행데크(662억원) 등 1조원 규모의 사업을 착공한다. 부산 북항재개발사업은 총사업비 8조5000억원 규모의 메가프로젝트다. 광양 묘도 재개발사업(총사업비 6조2000억원)은 오는 5월에 2769억원 규모의 부지조성 공사를 시작한다.
영종도 매립지를 국제적 해양 워터프런트로 개발하는 인천 영종도 재개발사업(2조원) 역시 하반기에 부지조성 공사(4367억원)에 들어가고, 진입도로 건설과 상수도 인입공사도 시작한다.
부산ㆍ광양항은 올해중 ‘해양산업클러스터’로 지정된다. 인구 6만명의 작은 휴양도시에서 전세계 슈퍼요트의 22%를 생산하는 이탈리아 비아레지오가 모델이다.
부산항은 요ㆍ보트 제조ㆍ판매 및 수리 분야로, 광양항은 해운항만물류 분야 R&D사업으로 각각 특화해 개발계획을 짜고 투자유치를 벌인다.
마리나와 크루즈 관광도 활성화 한다. 인천남항과 속초항, 제주 강정항 등 크루즈 전용부두를 확충해 크루즈 관광객 200만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마리나 선박 대여업 기준도 현행 5t에서 2t으로 낮춰 대중들이 좀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울진 후포와 당진 왜목 등 6개 거점 마리나 개발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최소 4000여개를 더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항만배후단지' …민간개발 방식 패러다임 전환
항만법 개정으로 오는 6월부터 민간개발이 허용되는 1종 항만배후단지의 민자유치도 본격화된다. 기존의 분양방식 외에 임대 또는 ‘분양+임대’ 방식을 도입하는 등 시범사업을 통해 상반기 중 1종 배후단지에 대한 민간개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 민간투자 가능 1종 배후단지 조성사업을 발굴해 6월부터 사업자를 공모한다. 2종 배후단지의 민간투자 유치도 가속화된다.
정부는 지난 2013년 12월 '제2차 항만배후단기개발계획'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부산항 등 전국 8개 항만 3039만㎡를 '항만배후단지'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항만배후단지는 항만 인근에 물류 제조기업 등이 입주해 유통.조립.가공. 상업, 주거, 전시 등의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을 말한다. 글로벌 분업화 추세에 따라 항만이 단순 물류 거점에서 조립.가공.제조가 가미된 복합물류거점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항만배후단지는 부지 활용 방안에 따라 1.2종으로 나눴다.1종은 화물의 보관, 집.배송, 조립, 가공 등을 육성해 항만 관련 산업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부 등이 우선 개발하고, 물류기업 등이 부지를 최장 50년간 임대해 실정에 맞도록 운영하는 방식이다. 2종은 업무.상업.주거시설 등을 설치해 항만과 1종 배후단지의 기능을 뒷받침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항만별 입지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구체적인 개발 계획 등이 마련되지 않아 민간투자 유치에는 한계가 있었다.
해수부는 항만배후단지의 적기공급과 고부가가치 물류.제조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민간개발 등 개발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만배후단지 수요가 높은 부산, 인천, 평택·당진 등 신항만 배후단지 일부를 항만법에 따라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항만별로 △부산항 신항 2012년 매립이 완료된 웅동2단계(57만4000㎡) 와 남 ‘컨’ 7만5000㎡△평택·당진항 서측 26만7000㎡와 동측 173만6000㎡△인천항(남항2단계) 32만9000㎡ 등이다. 해수부 계획의 주된 특징은 항만별 입지특성, 사업성 분석 등을 통해 실 수요자 수요를 최대한 반영한 맞춤형 개발방안을 제시해 민간투자자의 사업성 검토가 용이하도록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사업 준공시점의 토지가액 및 상부시설의 분양여부가 불확실해 민간 투자자의 사업 참여에 장애 요인이 되어온점을 개선하기위해 관련 제도를 단계적으로 정비키로 했다. 우선 단기적으로 실수요자 개발방식을 도입해 상부시설 분양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기위해 사업계획서 평가항목에 ‘실수요자 참여 가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준공시점의 토지가액이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에 대비해 잔여부지 우선 매수시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해수부는 또 속도감 있는 사업추진을 위해 사업자 모집방식을 다변화하고 사업 시행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위한 업무처리 규정 마련, 2종 배후단지 개발 및 운영에 필요한 기반시설의 지정기준 개선 등 사업의 추진 절차를 체계화하기로 했다.
■2종 항만배후단지 투자 유치 가속화…11조3736억원 경제적 파급효과 기대
해수부의 이같은 규제완화 조치에 벌써부터 항만배후단지에 투자 움직임이 불붙고 있다. LH(한국주택토지공사)는 부산항 신항 웅동 2단계 항만배후단지 개발에 투자 의향서를 제출해 부산신항내 '웅동 2단계 항만배후단지' 및 '남컨테이너 항만배후단지'의 투자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부산항 신항은 국제 물류산업 중심지로 조성하기 위해 주변 입지 여건 및 개발계획과 연계한 고부가가치 항만기능 관련 시설(물류비즈니스+도시공간+해양관광)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인천 남항 2단계' 2종 항만배후단지 개발 사업도 한양, 서희건설 등 7개 업체가 사업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사업은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297 일원 32만9280㎡ 배후단지에 대한 기반공사를 진행하고, 감정평가를 거쳐 공사비에 해당하는 만큼의 토지를 받는 구조다. 사업자는 취득한 토지에 일반업무시설과 주거·숙박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도입할 수 있다.
개발은 1블록 7만6415㎡, 3블록 1만8408㎡ 등으로 나눠 진행된다.
당초 까다로운 개발 조건에 민간 업체 관심 저조가 우려됐지만 7개 업체가 관심을 나타내면서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해수부는 이들 3개 신항만지역에 민간개발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경우 11조3736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물론 5만372명의 신규 고용창출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해수부 최명용 항만국장은 "앞으로 2종 항만배후단지에 민간이 적극적으로 투자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항만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활성화, 지역 사회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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