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일 합동훈련 포기한 사이 중국 전투기는 날아오르고

입력 2017-01-10 17:32  

미국과 일본에서 제안한 한·미·일 대잠수함 합동 전투훈련이 국민 여론과 중국의 반발을 우려한 한국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어제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이 훈련에 반대한 이유로 한국에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와 관련해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의 반발을 우려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만일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한국 정부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가뜩이나 정치권에선 사드 합의 파기론을 들고나와 한·미 동맹을 훼손시키는 와중이었다. 중국 전투기 10여대가 지난 9일 제주 남쪽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침범해 4~5시간 동중국해와 동해 사이를 왕복 비행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안보 환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상황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4강의 움직임은 트럼프 시대로 들어서면서 더욱 숨가쁘게 돌아간다. 무엇보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험악한 분위기가 한반도로 차츰 이동하고 있다. 일부에선 한국의 지정학적 딜레마가 다시 노정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스티븐 왈트 하버드대 교수가 이미 6년 전에 “미·중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고 그 ‘선택의 순간’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그대로다. 국내 일부 친중 세력들의 움직임이나 대선정국은 그런 딜레마를 구조화할 수도 있다.

급류처럼 흐르고 있는 현대사의 굽이 속에서 한·미 동맹을 훼손시키는 사례도 빈번했다. 김영삼 정부는 “어떤 동맹보다 민족이 우선한다”고 선언하기도 했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권력자들은 대미 자주노선,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을 부르짖기도 했다. 이런 정책들은 한국의 안보만 불안하게 만들었고 북한에 핵개발의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도 지난 60여년 동안 한·미 동맹은 굳건하게 이어졌다.

우리는 대륙과 해양이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딜레마일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미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며 신뢰 동맹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며 인권과 복지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을 지켜가는 동맹이다. 외교 전략은 시류를 따를 수 있지만 국가의 정향과 외교 안보의 원칙은 절대 무너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미국의 트럼프 신행정부는 신고립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일반적 예측과는 달리 아시아에서의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오히려 강한 개입주의적 측면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이미 남중국해 자유항행권을 강력히 수호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도 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보좌관들도 일제히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274척의 군함 수를 350척까지 증가시킬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방위비 분담이나 전시작전통제권 등에서 세부 사안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혈맹은 더욱 강력하게 유지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대잠 합동훈련을 중국의 눈치 때문에 못 한다고 해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중국조차 비웃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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