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 3차 변론
박 대통령 "컨디션 안좋아 관저 근무 이메일·전화 등 활용 점검"
국회 "오전 10시까지 묘연 촌각 다투는 때 머리 손질"
헌재 "최초 인지시점 밝히고 안보실장과 통화기록 내라"
[ 고윤상 / 성수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린 10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모두 증인신문에 불참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박 대통령 측이 이날 제출한 ‘세월호 일곱 시간’ 행적관련 자료(답변서)를 놓고 국회 측과 뜨거운 공방전이 펼쳐졌다.
박 대통령 “승객 구조위해 7차례 통화”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16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관저 집무실에서 주로 근무했다. 이메일, 팩스, 인편으로 전달된 보고를 받거나 전화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처음 인지한 것은 오전 10시께.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 침몰 현황 1보’를 받고서다. 이후 오전 10시15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하는 등 세월호 승객 구조와 관련해 총 일곱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 다만 이런 전화가 실제 있었다는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점심 식사를 마친 박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았으며, 오후 2시50분께 승객 대부분이 구조됐다는 앞선 보고가 잘못됐다는 말을 듣고 오후 3시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준비를 지시했다. 오후 3시35분께 청와대로 온 미용사로부터 약 20분간 머리 손질을 받은 뒤 오후 4시30분께 방문 준비가 완료됐다는 경호실 보고에 따라 오후 5시15분께 중대본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고 말해 상황 파악을 잘 못하고 현장에 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대리인단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는 중대본 발언 배경에 대해 “배가 일부 침몰해 선실 안이 침수됐더라도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니 물에 떠 (선실 내부에) 있을 것이므로, 특공대를 투입해 발견할 수 있지 않으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은 평균 20분 간격으로 직접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직무유기에 가까운 7시간”
이에 대해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헌재) 요구에 좀 못 미치는, 부족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재판관은 “TV 등을 통해 (사고가) 오전 9시 조금 넘어서부터 보도됐는데, 대통령이 TV를 통해 확인하지 않았는지를 밝혀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답변서에는 국가안보실에서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낸 보고서만 첨부돼 있다”며 “통화 기록도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국회 측은 “300여명의 구조가 촌각을 다투던 오후 3시20분께 박 대통령은 청담동 단골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손질했다”며 “국민이 대통령에 대한 신임을 거둬들인 가장 주된 원인은 일곱 시간 동안 보여준 대통령의 행동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측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박 대통령의 ‘직무 유기에 가까운 일곱 시간 행적’을 꼽으며 헌재에 조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회 측은 “오전 9시30분부터 10시까지 대통령이 국가안보실장이나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거나 정 전 비서관 등의 대면·유선보고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던 게 명백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시간대 대통령의 행적이 답변서에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고윤상/성수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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