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별 LTV 차등적용 등 정책 재검토
젊은세대 주택소유 지원 강화해 나가야
이상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
대선 때면 보금자리주택, 행복주택 같은 새로운 브랜드의 주택이 등장했다. 명분이야 무엇이든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이었다. 지금은 주택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주택공급 확대보다 부동산 불평등 해소에 더 큰 비중을 뒀으면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자산과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자 분노한 국민이 기성 정치권을 심판하고 극단적인 정치인을 선택하고 있는 추세다. 내우외환을 맞이한 우리나라도 그럴 위험성이 있다.
부동산 불평등은 여러 차원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간, 소득계층 간 불평등은 비교적 많이 논의된 주제다. 우리 사회는 세대 간 불평등에도 주목해야 한다. 세대 간 불평등은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나 저출산의 결정적 원인이고,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수저 계급론’의 근거이기도 하다.
작년 말에 발표된 주택소유 통계를 보자. 주택소유가구는 56.0%였고, 무주택가구는 44.0%였다. 주택자산 보유액 상위 20% 가구가 전체 주택의 51.7%를 보유했다.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가구는 25.5%였다. 주택소유 가구주의 연령대는 50대(27.3%)>40대(24.5%)>60대(18.5%) 순으로 40~50대가 전체 주택소유자의 51.0%를 차지했다. 그런데 2015년에 60대 소유자 비중은 전년 대비 7.4%나 늘어났다. 전체 연령대 평균(3.1%)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1년에 비해 55세 이상 고령층의 2015년 아파트 구입자 수는 무려 57% 이상 늘었는데, 34세 이하는 16% 이상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중(LTI)의 증가비율은 30대가 가장 높았다. 30대의 가계대출 잔액 43.7%는 주택매입 및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그 외 연령대(33.4%)보다 주택 관련 대출비중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주택가구 중 30대 이하 가구주 비중은 36.3%로 주택소유 가구 중 30대 이하 가구주 비중(14.8%)보다 21.5%포인트나 높았다.
주택소유 통계에서 보듯 아직도 무주택가구 비중이 44.0%에 달하기 때문에 주택수요 기반은 확장의 여지가 있다. 선진국 사례처럼 우리도 주택소유 가구 비중을 56.0%에서 60~65%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면 주택시장의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일 이유는 없다. 특히 무주택자가 많은 30대 이하 젊은 세대의 주택 소유를 지원하는 정책은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세대 간 주택 소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다. 최근 3~4년에 걸친 주택시장 호황은 고령층의 부동산 자산을 더 늘려줬다. 고령층은 한동안 임대료를 향유할 것이고 좀 더 나이가 들면 대부분 자녀에게 증여할 것이다. 30대 이하는 빚을 내서 내집 마련 대열에 뛰어들었지만 아직도 주택소유 비중이 낮다. 과도한 주거비 부담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는 젊은 세대도 많다. 젊은 세대의 내집 마련 기회를 늘려주고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 주는 일은 저출산 대책이기도 하고, 침체된 국내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기존의 주택공급 및 금융지원 정책부터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길수록 유리한 현재의 청약(가점)제도가 세대 간 부동산 불평등 해소의 걸림돌이 아닌지 되짚어 보자. 담보대출비율(LTV)도 연령대별 차등화를 검토해 봤으면 한다. 보금자리론 등 주택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득기준(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30대 이하 맞벌이 부부라면 상당수가 현재의 소득기준을 초과해 지원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세대 간 부동산 불평등 해소는 가진 자에게 빼앗아 못가진 자에게 주는 ‘로빈후드 정책’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기존의 주택공급이나 금융지원 정책은 젊은 세대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해 주는 방향으로 전환했으면 한다.
이상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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