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의 경제학…AI가 좌지우지하는 이상한 계란시장

입력 2017-01-11 18:27  

AI가 계란 수급·가격결정?
공급과잉에도 정부는 뒷짐…AI 발생 땐 공급과잉 자동 해소
살처분으로 가격 일정수준 유지

산란계 농가 '곡소리'
농가, 밀집 사육으로 대형화…AI때마다 대량피해 악순환
계란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만 피해



[ 오형주 기자 ] 언제부턴가 한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은 연례행사가 됐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크고 작은 AI만 다섯 차례, 기간은 700일이 넘는다. 매번 도살 처분도 이뤄진다. 많게는 수천만마리에 달한다.

계란시장이 수급 조절을 전염병에 맡기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수차례 AI를 겪었지만 닭장 수만개를 다닥다닥 붙인 밀집식 사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육 면적 기준 확대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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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보이지 않는 손’

현재 계란시장은 심각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란 한 판(30개) 가격이 평년 대비 70% 뛰었다. 지난해 11월16일 시작된 AI 유행으로 전국 산란계(알 낳는 닭)의 3분의 1에 달하는 2300만마리가 살처분됐기 때문이다.

이번 AI 발생 직전까지 계란시장은 심각한 공급 과잉에 직면하고 있었다. 통계청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5874만마리였던 국내 산란계 사육 수는 2015년 4분기 7187만마리까지 급증했다. 양계협회 등이 추정한 적정 사육 수 6000만마리를 1000만마리 이상 초과한 수치다. 2015년 말부터 계란 공급 과잉이 본격화되면서 2014년 11월 1457원이었던 특란 10개 평균 산지가격은 지난해 3월 867원까지 떨어졌다. 이번 AI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업계에선 공급 과잉 해소를 기대했을 정도다.

계란 공급 과잉은 2014~2015년에 걸쳐 산란계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과 관련이 깊다. 이 기간 세 차례 발생한 AI가 일시적으로 계란 공급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2014년 1~7월 유행한 AI로 가금류 1396만마리가 살처분됐다. 그러나 살처분은 주로 오리 위주였고 산란계 살처분은 226만마리로 이번 AI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었다. AI가 적절히 산란계 수를 줄여주면서 2014년 중반 계란 산지가격은 그 이전인 2013년 말 1300~1400원대를 약간 웃도는 1400~1500원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14년 AI가 산란계 농가의 수익에 도움이 된 것은 통계적으로도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란계 한 마리당 순수익은 2013년 314원 적자에서 2014년 4147원, 2015년 2363원 흑자로 전환했다. 2014~2015년 669일간 AI가 발생했지만 산란계의 수익성은 높아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공급 과잉으로 인한 계란 가격 하락을 6개월에서 1년 정도 늦추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산란계 사육 면적 넓혀야

AI로 인한 일시적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중반부터 공급 과잉 추세가 뚜렷해졌다. 2014년 AI가 마무리되면서 농가들이 앞다퉈 사육 규모를 크게 늘려서다. 살처분 영향으로 산란계 사육 수는 2014년 1분기 6457만마리에서 2분기엔 6285만마리로 다소 감소했지만 3분기 6526만마리로 다시 늘었다.

산란계 사육 수 증가는 농가의 대형화와 맞물려 이뤄졌다. 2013년 1230가구에 달한 전국 산란계 농가는 2015년 4분기 1149가구로 줄었지만 5만마리 이상 대형 농가는 314가구에서 401가구로 오히려 늘었다. 농가 한 가구당 사육 수는 4만8000마리에서 6만2500마리로 확대됐다. 산란계의 밀집화가 그만큼 더 진척됐다는 얘기다.

산란계 농가의 대형화와 밀집 사육 증가는 결국 ‘사상 최대 규모 살처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강력한 AI에 수만~수십만마리를 키우는 대형 농가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농림축산식품부도 “AI는 지금까지 국내 소비자들이 계란을 싸게 먹은 대가일 수 있다”며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

일부에선 밀집형 사육의 문제와 수급조절을 동시에 해결할 방안으로 사육 면적 기준 확대를 제시한다. 산란계 한 마리당 최소 사육 면적은 축산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A4 용지 한 장(0.06㎡) 면적에도 미치지 못하는 0.05㎡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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