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특검 악몽이 되풀이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일가에 대한 지원 의혹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특검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것은 2008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받은 지 9년만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다소 긴장한 얼굴로 오전 9시28분께 로펌 변호사 1명과 함께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 일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특검사무실로 올라갔다.
특검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대가로 최씨 일가에게 수백억원대 지원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을 위해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을 송금했다. 이와 별도로 비타나V 등 삼성전자 명의로 산 명마 대금으로 43억원을 썼다.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800만원을 후원했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가운데 최대인 204억원을 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6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일일이 문화 지원이라든지 스포츠 지원을 저한테 다 보고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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