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해외부동산 투자 시대…공모상품 줄잇는다

입력 2017-01-12 18:35  

미국 NASA 빌딩 인수자금 중
한투, 개인 대상 2000억 모집

메리츠종금도 연내 상품 출시



[ 이현진 기자 ]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던 해외부동산 시장이 개인투자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해외부동산 거래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며 기관투자가들의 검증을 받은 증권사들이 올해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공모상품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르면 3월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항공우주국(NASA) 빌딩(사진) 인수 자금 약 45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을 공모로 모집할 계획이다. 당초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2000억원을 투자해 사들인 수익증권을 부동산 공모펀드 형태로 개인들에게 재판매(셀다운)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연 5~6% 수익을 내는 해외부동산에 대한 개인 자산가들의 관심이 크다”며 “올해 안에 2~3건의 해외부동산 공모상품을 더 선보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다수의 해외부동산 거래를 한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올해 부동산 공모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 정확한 투자자산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1분기 안에 거래가 진행될 예정인 유럽의 한 부동산이 첫 번째 공모상품 후보로 올랐다. 유럽 부동산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으로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금리 인상으로 수익률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 비해 유럽은 아직 가격도 저렴하고 미국에 비해 금리 리스크도 크지 않아 개인에게 투자를 권유하기 적합하다는 평가다.

해외부동산이 공모상품으로 나온 것은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빌딩을 선보인 것이 최초다. 당시 9500억원의 인수자금 가운데 2000억원은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펀드를 통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조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로 한정돼 있던 셀다운 대상이 올 들어 개인으로까지 넓어졌다”며 “해외부동산 거래에서 두각을 나타낸 증권사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해외부동산 공모상품을 만드는 것은 운용사나 증권사로서는 번거로운 일이다. 소수의 기관투자가가 수백억~수천억원을 한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그만큼 관리가 쉽다. 하지만 공모펀드는 다수의 소액투자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높아진다. 같은 해외부동산에 투자해도 사모펀드에 비해 공모펀드의 수수료가 더 높은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일부에서는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모으기 어려워지자 개인투자자를 끌어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기관들은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투자여건이 달라지자 투자 결정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에게도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관에 파는 것보다 수익률은 낮더라도 더 안전한 상품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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