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자리 대통령"
미국 투자계획 안 밝힌 GM에 "포드·크라이슬러 따라야" 압박
제약사엔 "해외생산 너무 많아"
"멕시코산 수입품 세금 물릴 것"
페소화 가치 또 사상 최저
"러시아가 대선 해킹" 첫 인정
[ 뉴욕=이심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대선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어 “기업들이 멕시코 등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생산시설을 옮겨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주 동안 기업들이 미국 중서부 지역에 공장을 짓는다는 발표를 할 계획”이라며 “다른 산업 분야도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일자리(job)’라는 단어를 열일곱 번이나 언급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자신을 ‘일자리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GM과 제약사에도 투자 압박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미국 자동차 ‘빅3’ 중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제너럴모터스(GM)와 대형 제약사를 압박 타깃으로 삼았다.
첫 발언은 부드러웠다. 그는 “좋은 소식이 있다”며 “많은 기업이 앞으로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빅뉴스’를 발표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운 뒤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GM을 겨냥해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처럼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는 대열에 따르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장을 멕시코 등 해외로 옮기고 근로자를 해고하는 일은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제약사를 향해서도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에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미국 제약사들이 로비스트를 고용해 약값을 비싸게 받으면서 정작 생산은 대부분 해외에서 하는데도 아무런 처벌이나 제재도 받지 않는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정부가 사들이는 막대한 양의 의약품 구입 과정에서 새로운 입찰 절차를 만들어 수십억달러를 아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정 확대나 세금 감면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0.2% 하락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은 재앙이며 중국과 일본, 멕시코와의 교역에서 매년 수천억달러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한국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연일 떨어지는 페소화 가치
이날 기자회견의 최대 희생자는 멕시코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비용으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며 “대신 나중에 멕시코산 수입품에 세금을 물리거나 비용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여파로 뉴욕외환시장에서 멕시코 페소화는 전날보다 0.9% 하락한 달러당 22.20페소까지 추락해 또다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는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러시아의 대선 해킹에 대해 “러시아가 배후였다고 생각한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앞으로 러시아는 어느 때보다 미국을 더 존중하게 될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자신의 외설적인 동영상 자료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뉴스와 관련해선 “가짜이며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관련뉴스